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에 반발하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일부 인용됐다.
법원이 사실상 비대위 출범을 무효로 판단한 것이다. 법원 판단에 따라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가 본안 판결 때까지 정지되면서 국민의힘은 또다시 지도부 공백 상태에 빠지게 됐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수석부장판사 황정수)는 26일 이 전 대표가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는 본안판결 때까지 정지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민의힘 비대위가 출범할 당시 당이 비대위를 출범시킬 만한 ‘비상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우선 이 전 대표가 윤리위원회에서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받았지만 이를 당대표 궐위에 준하는 상황으로는 볼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당대표의 직무수행이 6개월간 정지되는 것에 불과해 궐위에 해당하지 않음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고,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으로서 당대표 직무를 수행하고 있어 당을 대표하는 의사결에 지장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가 6개월 뒤 징계가 끝나면 당대표로 복귀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권성동 원내대표가 직무대행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대표 궐위에 준하는 비상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비대위 출범사유가 됐던 최고위원회의 기능상실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고위원 중 일부가 사퇴하더라도 남은 최고위원들로 최고위 운영이 가능하다”고 판시했다.
비대위 출범을 위한 상임전국위 및 전국위 개최를 의결했던 지난 2일 최고위에서 권 원내대표와 배현진·윤영석 최고위원, 성일종 정책위의장 등 4명이 참석해 최고위 기능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또 재판부는 일부 최고위원들이 이후 사퇴를 하더라도 전국위원회를 통해 최고위원을 충분히 추가로 선출해 최고위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채무자들은 정당의 자율성 원칙에 비춰 정당 내부의 의사결정은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하나, 상임전국위 의결 및 전국위 의결은 정당 활동의 자율성 범위를 벗어났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로운 당대표를 선출할 경우 당원권 정지기간이 도과되더라도 채권자(이 전 대표)가 당대표로 복귀할 수 없게 돼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