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국제평화영화제(PIPFF·이하 평창영화제)가 폐지된다.
평창영화제 사무국은 26일 ‘평창국제평화영화제, 4년 간의 여정 막 내린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지난 4년간 개최된 평창국제평화영화제가 영화제 예산 지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자체의 현실적인 문제로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평화 정신을 이어받은 평창영화제는 이로써 지난 6월 개최된 4회 영화제를 끝으로 짧은 역사를 마치게 됐다. 평창영화제는 그동안 평화, 공존, 번영을 주제로 한 다채로운 영화와 전시, 공연 등으로 사랑을 받았다.
평창영화제 예산은 22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중 대부분이 지자체 예산이다. 올해 강원도와 평창군은 각각 18억원과 3억원을 평창영화제에 지원했다. 하지만 강원도는 내년도 영화제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영화제 측에 통보했다. 영화제 관련 예산을 도민 피부에 와 닿은 사업에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영화계와 지역 문화계에서는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 단체장 흔적 지우기에 영화제가 희생된 것이라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평창영화제 이사장인 문성근이 대표적인 친민주당 성향의 배우라는 점도 이번 폐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지난 7월에는 강원도의 또 다른 국제영화제인 강릉국제영화제가 폐지 소식을 알렸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이끌어왔던 김동호 이사장이 수장이던 강릉국제영화제는 오는 11월 영화제 개최를 4개월 앞두고 급작스럽게 폐지를 결정했다. 강릉시가 예산 및 행정 지원 중단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지난 17일 ‘국제영화제는 지자체장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우리 영화인들은 한국영화계와 한국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일부 지자체장의 반문화적‧근시안적 행태를 성토하며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