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 ‘건희사랑’에 대외비인 대통령 동선이 노출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자신이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그보다 이른 시점에 윤 대통령의 대구 서문시장 방문 소식이 알려졌다고 25일 말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 대통령 방문 일정과 장소 등이 이미 광범위하게 돌아다니고 있었고, 김 여사의 팬클럽을 통해 가장 먼저 대외비가 유출된 건 아니라는 취지였다. 다만 김 전 최고위원도 “유출 경위는 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며 단서를 달았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날 밤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대외비인 대통령 동선이 건희사랑에 노출된 것에 대해 “제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이 있는데 여기에도 8월 23일 날 오전 10시, 이것도 압수수색 당할 지 모르겠는데 10시29분에 올라왔다”고 말했다. 건희사랑보다 자신이 먼저 메시지를 받았다는 취지였다.
김 전 최고위원은 받았던 메시지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읊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대구 서문시장 8월 26일 금요일 00시 방문입니다. 000 회원 여러분들은 전원 참석 바랍니다. 공영주차장으로 오세요, 현수막 4개’라는 공지가 올라왔다”며 자신의 휴대전화를 보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대구 서문시장 방문 소식은 지난 10일에도 언급됐다고 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8월 10일엔 ‘금요일(12일)에 윤석열 대통령이 서문시장 방문 예정’’이라고 올라왔다가 ‘수해 때문에 중단되었다’고 또 올라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전 최고위원은 “이게 건희사랑에 올라왔기 때문에 무슨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것이라고 뉴스가 됐는데 사실 이건 엄청나게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기에 건희사랑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전 최고위원도 이번 논란에 대해 “상례적인 건 아니다”라며 이례적인 일이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그는 “대구 서문시장은 상가들이 한 5층, 3층, 4층 이렇게 쫙 있어 경호가 굉장히 어려운 곳”이라며 “(대통령 동선 공지가) 지지자들을 모이게 하기 위해서일 수는 있는데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요청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날 YTN라디오 ‘이슈앤피플’에서도 “(김건희 여사) 팬클럽에 올린 사람도 아마 다른 데서 받았을 것이다. (그전에) 광범위하게 (내용이) 돌아다녔다”며 “시간을 분석해보면 알겠지만 (건희사랑보다도) 제가 더 빨리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출경위가 문제이고 건희사랑 팬클럽에 올라왔다고 해서 문제 삼을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유출경위는 조사를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앞서 건희사랑 페이스북에는 지난 23일 저녁 윤 대통령의 방문 장소와 날짜, 시간 등과 함께 “많은 참석과 홍보 부탁드린다”는 댓글이 올라왔다. 김 전 최고위원의 단톡방에는 그보다 8시간 가량 앞서 같은 내용의 공지가 올라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어물쩍 넘어가면 국기문란이 국정농단으로 커질 것”이라며 공세에 나섰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대통령실은 유출 경로가 김 여사 팬클럽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으니 한심하다”며 “이런 억지 해명이야말로 이번 유출 사건이 김 여사 리스크임을 방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되듯, 국기문란 사건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커지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제2부속실 폐지’ 공약을 폐지하고 공적 기구를 통해 김건희 여사를 관리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