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 뮤지컬 ‘첫사랑’ 극작 및 연출 오세혁 “주크박스 뮤지컬의 매력에 빠졌어요”

입력 2022-08-26 06:00
가곡 뮤지컬 ‘첫사랑’의 극작 및 연출을 맡은 오세혁. 마포문화재단

전설적인 팝 그룹 ABBA의 노래로 만든 뮤지컬 ‘맘마미아!’가 메가 히트를 기록한 후 한국에서도 유명 가요를 넘버로 한 주크박스 뮤지컬이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9월 2~4일 마포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첫사랑’은 가요와 팝송이 아니라 가곡으로 만들어진 주크박스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작품은 한국 가곡계의 스타 작곡가 김효근 이화여대 교수가 만든 ‘첫사랑’ ‘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등을 뮤지컬 넘버로 사용했다. 공연을 앞두고 가곡 뮤지컬 ‘첫사랑’의 대본과 연출을 맡은 오세혁 극작가 겸 연출가를 만났다.

“김효근 선생님이 사랑을 테마로 작곡한 곡들을 모은 연가곡집 ‘사랑해’를 계속 들었어요. 가사를 곱씹으며 노래를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첫사랑과 기억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가곡 뮤지컬 ‘첫사랑’은 50대 사진작가 태경이 기억 속에서 자신의 20대 시절 모습과 첫사랑 선우를 만나는 것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오세혁 극작가 겸 연출가는 마포구에서 오랫동안 운영되다가 문을 닫은 사진관에 대한 글에서 ‘첫사랑’과 관련한 또 다른 영감을 얻었다.

“사진사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자식들이 사진관을 정리했는데, 벽에 사람들이 찾아가지 않은 사진들이 가득했대요. 사진관이 몇십 년이나 되다 보니 흑백 사진들도 있었다는데, 전 그 부분이 이상하게 뭉클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첫사랑’이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첫사랑과 기억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됐어요.”

오세혁 극작가 겸 연출가는 2011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지금까지 연극과 뮤지컬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라흐마니노프’와 연극 ‘보도지침’ 등 다수의 히트작을 냈다. 그동안 극작가로서 다양한 소재와 형식의 대본을 썼던 그지만 주크박스 뮤지컬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사랑’을 준비하면서 예술감독을 맡은 김효근 선생님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요. 극 중 여주인공이 대학가곡제에 나가는 에피소드는 김효근 선생님이 실제로 1981년 대학가곡제에서 ‘눈’으로 수상했던 일화에서 영감을 받은 것입니다. 이번 작품의 경우 다양한 에피소드와 일화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대본을 정말 빨리 쓸 수 있었어요.”

최근 국내 공연계에서 가곡 열풍이 부는 가운데 김 교수의 곡들은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다. 뮤지컬 배우 박은태가 부른 ‘내 영혼 바람 되어’의 유튜브 영상 조회 수는 8월 현재 760만 회를 넘겼을 정도다. 김 교수는 자신의 가곡을 예술성과 대중성이 접목됐다는 의미에서 ‘아트팝(Artpop)’으로 부르는데, 순수 음악 장르인 예술가곡에 대중음악 발라드의 색채를 가미한 만큼 뮤지컬 넘버로 잘 어울린다.

오세혁 극작가 겸 연출가는 “‘첫사랑’이 국내 뮤지컬의 주류 관객인 20~30대 여성은 물론 첫사랑에 대해 애틋함을 간직한 50대 남성에게도 공감을 얻었으면 좋겠다”면서 “이번 작업을 통해 주크박스 뮤지컬의 매력을 많이 느꼈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가요로 만드는 주크박스 뮤지컬도 만들어보고 싶다”고 피력했다.

한편 ‘첫사랑’이 주크박스 뮤지컬인만큼 원곡의 편곡은 필수다. 드라마 전개에 따른 가곡의 첨삭과 반복은 물론 캐릭터에 맞는 조성, 빠르기, 리듬 등의 변화가 수반된다. 이번 작품의 편곡은 오세혁 극작가 겸 연출가와 콤비로 활동하는 이진욱 음악감독이 맡았다. 이진욱 음악감독은 오세혁 극작가 연출가의 첫 뮤지컬 연출작이었던 ‘라흐마니노프’(2006년)부터 7년째 호흡을 맞춰오고 있다. 그동안 11개 작품(초연 기준)에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이번 주크박스 가곡 뮤지컬은 12번째 협업이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