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한 레미콘업체는 지난 1월 찾아온 시멘트 업체 영업담당자로부터 가격 인상을 통보 받았다. 그는 “현재 시멘트 재고량이 부족하다. 인상에 동의하지 않으면 공급이 잘 안 될 수도 있다”고 압박했다. 실제로 시멘트를 실어나르는 트럭이 하루 10대에서 갑자기 1~2대로 줄었다.
이 레미콘업체 대표는 “건설 현장에 납품을 못하면서 어렵게 확보한 거래처도 물거품이 됐다. 최근에도 시멘트 공급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다음 달부터 시멘트 업체들이 추가 가격인상을 예고했다”고 전했다.
시멘트 가격을 놓고 시멘트 업계와 레미콘 업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1년 사이 시멘트 값이 세차례나 오르자 중소레미콘 업체들은 강하게 반발한다. 가격 인상을 철회하지 않으면 다음 달에 ‘셧다운’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중소레미콘 업체 비상대책위원회는 2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시멘트 업체들의 기습적인 가격 인상 철회를 요구하는 규탄대회를 열었다. 전국 925개 중소레미콘 업체 가운데 706곳이 참석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시멘트 업체들은 다음 달부터 시멘트 가격을 12~15% 올릴 예정이다. 지난해 7월(5.1%), 올해 2월(17~19%)에 이어 최근 1년1개월 사이에 벌써 세 번째다. 올해에만 시멘트 값이 31~34% 비싸지게 된다. 레미콘 업체들은 이번에도 가격을 인상해주지 않으면 시멘트 공급이 중단될까 우려한다.
레미콘 업체들은 시멘트 업체와 건설 업체 사이에 끼여 원가 상승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한다. 이성열 강원레미콘조합 이사장은 “레미콘 업체들은 지난 5~6월 원가상승분을 반영했지만, 이마저도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레미콘 가격의 추가 인상을 건설 업체들이 수용할 가능성은 전무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시멘트 시장은 5개 업체에서 사실상 독과점하고 있는데, 이들이 가격을 올리고 공급량을 조절하면 중소레미콘 업체들은 끌려갈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시멘트 업체들의 기습적인 가격 인상 철회, 시멘트 공급을 볼모로 한 강요 중단, 시멘트 제조원가 및 인상요인의 투명한 공개 등을 요구한다. 이달 말까지 가격 인상을 철회하지 않으면 셧다운에 나설 계획이다.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현장에서 ‘차라리 사업자 등록을 반납하자’ ‘공장 휴업계를 내자’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생존권을 걸고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