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폭행’ 이용구, 증거인멸교사도 유죄…“죄질 불량”

입력 2022-08-25 17:04
술에 취해 택시 기사를 폭행하고 블랙박스 영상 등 증거 인멸을 교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폭행 장면을 담은 블랙박스 영상 등에 대한 증거 인멸을 교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이 사건을 부실 수사해 내사종결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경찰관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2부(재판장 조승우)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차관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전 차관은 변호사였던 2020년 11월 6일 밤 술에 취해 택시에서 잠들었다가 자택 인근에 도착해 기사가 깨우려고 하자 욕설을 퍼부으며 멱살을 잡는 등 폭행했다. 그는 이틀 뒤 기사에게 연락해 블랙박스 영상을 지워줄 것을 요구하며 합의금 1000만원을 건네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도 받는다.

이 전 차관이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를 인정한 상황에서 쟁점은 증거인멸 교사죄가 성립되느냐였다. 택시기사는 이 전 차관에게 합의금을 받은 뒤 경찰 소환 조사에서 영상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진술했었다. 이후 경찰 수사 과정에서 합의 경위에 대한 질문을 받자 당초 영상이 없다고 했던 거짓말이 드러날까봐 택시기사가 자발적으로 영상을 지웠다는 게 이 전 차관 측 입장이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실관계를 고려하면 기사는 이 전 차관의 증거인멸 교사 범행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었던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기사가 이 사건 증거 영상을 수사기관이 보게 되는 상황을 우려해 삭제한 이상 증거인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이 전 차관은) 형사처벌을 피하거나 감경하기 위해 증거인멸을 교사하기도 해 죄질이 더욱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전직 경찰관 A씨에 대해선 “피고인이 계획적으로 직무유기 범행을 저지른 건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업무를 완벽히 수행하지 못했고 법리와 판례를 오해하는 등 많은 부분에서 무능하거나 불성실했던 것은 맞다”면서도 “결재라인 직속 상관 누구도 잘못을 바로잡아주지 못했기 때문에 그 책임을 오롯이 피고인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