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영화, 드라마에선 대사의 ‘말맛’을 감질나게 표현하는 감독. ‘스물’ ‘바람 바람 바람’ ‘극한직업’ 등 대중의 사랑을 받은 영화를 다수 내놓은 이병헌 감독은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감독이자 제작자 중 한 명이다.
코미디 장르든, 드라마든 이 감독의 작품은 대사에 빠져드는 맛이 있다. 유난 떨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웃음을 만든다. 밋밋하다 싶은데도 곰곰이 씹어보면 무릎을 칠 만큼 공감되는 대사도 느낄 수 있다. 대중문화의 축제인 ‘2022 서울 팝콘’의 개막일인 25일 강남구 코엑스에서 이 감독의 토크쇼가 열렸다. 그의 팬과 연출 지망생들이 자리에 참석해 그의 말에 귀기울였다.
이 감독은 작품의 영감을 주변 사람들에게서 찾는다고 했다. 그는 “친구, 연인 등 가까이 있는 주변 사람들이 행동하는 모습을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다”며 “그 사람들만이 갖고 있는 뉘앙스, 표정과 어떤 말을 할지 상상을 하는 게 재밌다”고 말했다.
별 것 아닌 일상 속에서도 여러가지 상상을 한다. 이 감독은 “집에서 키우는 개가 내 침대에 오줌을 싼 적이 있다. 여기까진 코미디가 아니지만 내가 만약 너무 화가 나서 나도 이 놈 침대에 오줌을 싸겠다고 하면 이건 코미디가 된다”며 “계속 이런 생각을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대사에 많은 공을 들이는 이유에 대해 “(내 영화는) 쓰나미가 오는 것도, 미사일을 퍼붓는 것도 아니고 사람 사는 이야기”라며 “이렇게 소소한 이야기에서 무기가 될 만한 건 당연히 대사”라고 말했다.
연출 감독이 되기 전 이 감독은 각색 작가로 이름을 먼저 알렸다. ‘과속스캔들’이 작가로서 첫 작품이었다. 처음부터 영화감독을 꿈꾼 건 아니었다. 대학교 졸업 무렵 우연히 읽은 영화 시나리오가 영화 그 자체만큼 재밌었다고 했다. 그는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따라 하면서 습작을 하다가 작품을 완성하고, 시나리오가 팔리면서 작가라는 타이틀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2019년에는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로 안방극장까지 진출했다. 영화를 줄곧 했지만 원래 드라마도 좋아했다. ‘언젠가는 기회가 오겠지’ 하면서 10년간 메모장을 채우고 있었다. 지금은 웹툰 ‘닭강정’을 원작으로 하는 시리즈를 준비 중이다. 연말쯤 촬영에 들어가면 내년 상반기쯤 선보일 계획이다.
최근에는 연출이 아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도 드라마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왓챠의 ‘최종병기 앨리스’, 쿠팡플레이의 ‘유니콘’에서 그는 제작자에 가까운 역할을 맡았다. 그는 “능력 있는 후배 감독들에게 기회를 더 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영화 ‘드림’도 촬영을 마쳤다. 이 감독은 “오랜 시간 투자를 못 받다가 어렵게 촬영을 시작했는데 코로나19로 2년간 촬영이 중단돼 힘들었다”며 “올해 촬영을 마치고 계획대로면 5~6개월 안에 개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