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두절’ 고위험군 1117명…‘세 모녀’ 사건 재발 막아야

입력 2022-08-25 15:00
암투병·생활고 등을 겪다 생을 마감한 수원 세 모녀 빈소가 24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지고 있다. 세 모녀 장례는 당초 시신을 인계받기로 한 친척이 시신 인계를 거부하면서 공영장례로 치러지게 됐다. 연합뉴스

복지 사각지대 발굴 사업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됐음에도 연락이 닿지 않는 이들이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의 5∼7월(올해 3차 조사) 복지 사각지대 발굴 조사 결과 고위험군 20만5748명 중 1117명이 연락이 닿지 않은 것으로 25일 집계됐다. 이들은 모두 주민등록 주소지에 거주하고 있지 않았다. 복지부와 각 지자체는 이들을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대상’으로 분류했다.

투병과 생활고 끝에 지난 21일 숨진 채 발견된 ‘수원 세 모녀’는 실거주지와 주민등록 주소지가 달랐다. 이들의 실거주지는 수원시 권선동이었지만 주민등록상 주소지는 경기 화성시였다. 화성시 건강보험료 체납 정보를 통해 주소지에 방문했지만, 실거주지를 파악하지 못하면서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없었다. 이들은 고통을 겪으면서도 빚 독촉 등의 이유로 기초생활수급 같은 복지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복지부는 2015년 말 이후로 2개월마다 단전과 단수, 건강보험료 체납 등 34종의 위기정보를 수집해 고위험군을 찾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수원 세 모녀는 건보료 체납 정보만 있어 이 시스템을 통해 발견되지 않았다. 세 모녀의 경우처럼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지 않았음에도 실제 연락이 두절된 위기 가구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지난 2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연 데 이어 24일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복지부는 이번 수원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주거지 미상인 위기가구 만큼은 경찰청이 실종자·가출자를 찾을 때처럼 소재 파악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현재 34종인 위기 정보는 39종으로 확대해 고위험군 범위를 넓히고 현장 조사도 개선할 방침이다.

다만 이 같은 대책들이 현실화 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연락이 두절된 위기가구의 소재를 파악해 이들을 찾는 작업을 지원하려면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하기 때문이다. 실종자를 찾는 위치·통신 기록 확인은 18세 미만, 지적장애인, 치매환자 등에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자발적인 잠적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외에 복지 공무원 인력·업무 과중도 해결돼야 하는 문제로 지적된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