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고영주는 철면피 양두구육” 전 광주MBC 사장 무죄 판단

입력 2022-08-25 11:30 수정 2022-08-25 11:32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뉴시스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에 대해 ‘철면피’ ‘양두구육(羊頭狗肉·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 등의 표현을 사용해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일준 전 광주MBC 사장이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모욕적인 표현에 해당하지만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5일 모욕 혐의로 기소된 송 전 사장의 상고심에서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하급심에선 송 전 사장에 대해 벌금 50만원 선고유예라는 유죄 판단을 내렸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사용한 표현이 ‘모욕적 표현’에 해당해 (모욕죄) 구성 요건이 인정된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면서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공적 활동과 관련한 자신의 의견을 담은 게시글을 작성하면서 이 사건 표현을 한 것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없어진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송 전 사장은 MBC PD협회장이던 2017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 전 이사장이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며 “역시 극우 부패 세력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는 글을 게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고 전 이사장에 대해 ‘간첩 조작질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 ‘철면피’ ‘양두구육’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대법원은 해당 표현이 사용된 시점에 송 전 사장은 PD협회장으로서 MBC 감독 기관인 방문진 이사장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게시글 내용이 전반적으로 ‘고발을 당한 고 전 이사장에게는 방문진을 이끌 자격이 없다’는 취지로 기재돼 있어 사회 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또 ‘철면피’ ‘양두구육’은 상황에 따라 일상생활이나 언론, 정치 영역에서 상대방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표명할 때 흔히 사용되는 표현이라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비정치적 영역과 비교해 정치적 영역에서 표현의 자유는 더 강조된다는 점을 밝힌 것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고 전 이사장의 고소로 수사를 진행한 검찰은 송 전 사장을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송 전 사장은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1심은 “‘조작질’ ‘철면피’ 등은 비속어는 아니지만 인신공격성 표현으로, 고소인의 사회적 평판을 저하하거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모욕에 해당한다”며 벌금 50만원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2심도 1심 판단을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간첩 조작질’ 부분에 대해선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이므로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