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강남 일대 클럽을 다녀온 후 심한 고열과 기침, 콧물, 몸살, 객혈(혈액이나 혈액이 섞인 가래를 기침과 함께 배출하는 증상) 등 증세를 호소하는 경우가 잇따른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와 방역 당국의 대응이 부실하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이 증상을 두고 ‘강남 역병’이란 말까지 나왔다. 방역 당국은 아직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24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각 지자체 등에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서울시가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 클럽 7곳의 검체 40건을 수거해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레지오넬라균 검사를 의뢰한 결과 해당 균은 한 건도 검출되지 않았다.
지난달 초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강남 일대 클럽을 다녀온 후 고열과 객혈, 인후통 등 증상을 겪었다는 글이 이어졌다. 한동안 ‘강남 역병’으로 불리며 화제가 됐다.
당시 일부 전문가는 레지오넬라균이 원인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레지오넬라균 감염 증상은 독감이나 폐렴과 비슷하다. 여름철 실내에서 에어컨, 냉각탑 등 위생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종종 발생한다. 비말 형태로 호흡기를 통해 들어오면서 감염된다.
‘강남 역병’ 논란에 서울시 등 지자체는 레지오넬라균만을 조사했다. 다른 병원체 관련 검사는 하지 않았다. 그 결과 레지오넬라균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고, 잇따른 증상의 원인은 미궁에 빠지게 됐다. 누리꾼들 사이에는 “코로나 아니냐” “질병관리청은 뭘 하는 거냐”는 등의 불만 섞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15일 서초구 소재 클럽 3곳을 현장 조사해 화장실·개수대·에어컨 필터 등에서 검체 채취를 했다”며 “강남구는 냉각탑이 있는 클럽이 없어 현장조사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강남 역병과 관련해 신고된 내용이 전혀 없어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신 의원은 “지역사회에서 집단으로 비슷한 증세를 호소하는 경우 정부와 지자체는 신속한 조사를 통해 해당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과학방역’의 표준”이라며 “특정 균의 존재 여부만을 확인하는 것은 실체 없는 과학방역의 예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포괄적 원인 가능성이 있는 균에 대한 배양을 통해 원인 규명을 선제적으로 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