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정부가 24일 협의한 내년도 예산안은 재정 건전성은 유지하되, 청년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와는 확실히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내년 예산 지출 규모는 올해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당정은 그러나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경제위기 상황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당정은 이런 예산 ‘투 트랙’ 전략을 통해 일하는 집권 여당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윤석열정부 국정 운영을 돕겠다는 방침이다.
당정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2023년도 예산안 관련 협의회에서 문재인정부의 재정 운용 기조를 비판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퍼주기’ 식으로 예산을 허비했다는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재인정권 5년은 한마디로 방만재정이었다”며 “국가채무가 5년 만에 400조원 증가해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가히 오늘만 사는 정권이었다”고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어 “윤석열정부는 오늘과 내일을 함께 준비하는 정부”라며 “대대적인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하고, 민생을 돌보는 요책을 마련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전임 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문재인정권에서 급증한 국가부채로 인해 저당 잡힌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찾기 위해서는 건전 재정에 기초를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내년 예산안의 특징은 재정 기조를 확장 재정에서 건전 재정으로 전면 전환해 재정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 부총리는 특히 “(내년 예산) 총지출 규모는 두 차례 추경안을 포함한 올해 총지출(679조5000억원)보다 대폭 낮게 유지할 것”이라며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국가 채무를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성 정책위의장은 내년 예산 총지출 규모에 대해선 “당이 증액을 요구한 안건들이 다 반영된 뒤 정확히 추계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정은 지출 규모가 줄어들어도 취약 계층 관련 예산은 최대한 확보할 계획이다.
권 원내대표는 “수원 세 모녀 사건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예산을 (내년 예산안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며 “무작정 퍼주기식이 아닌 맞춤형 재정 운영을 하겠다고 약속을 드린다”고 말했다.
성 정책위의장도 “윤석열정부의 건전 재정은 단순히 예산을 줄이는 게 아니라 관행적이고 불필요한 예산을 대폭 축소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손길이 절실한 사회적 약자, 청년, 민생에는 아낌없이 예산을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당정은 청년을 전세 사기에서 보호하기 위해 보증보험 가입비를 월 6만원씩 지급할 방침이다. 최근 2030세대의 여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청년 맞춤 지원에 나선 것이다.
당정은 또 농업직불금의 과거 지급 실적 요건을 폐지하고 어촌 직불금을 신설하기로 뜻을 모았다. 향후 농민 56만명이 추가로 직불금을 받고, 어민 4만7000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은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지급 대상을 현재 590만명에서 1700만명 수준으로 늘리고, 보훈급여를 매년 3만원씩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여기에다 참전명예수당을 인상하고, 저소득 장애인에게 월 5만원의 교통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