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김정은, 제2연평해전 유족·장병에 2000만원씩 배상하라”

입력 2022-08-24 18:04
지난 2019년 6월 29일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제2연평해전 승전 20주년 기념식'에서 유족이 해전 영웅들의 얼굴 부조상을 어루만지며 눈물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한상국 상사의 유족과 참전 용사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국내 법원에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 김상근 판사는 한 상사의 배우자 등 8명이 김 위원장과 북한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23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헌법 및 국내법상 국가로 인정되지 않은 반국가단체인 북한은 민사소송법에서 정한 비법인 사단에 해당해 이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재판권이 국내 법원에 있다고 봤다. 김 판사는 “피고는 원고 1인당 2000만원과 2002년 6월 29일부터 연 5%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한 상사는 2002년 6월 29일 서해 연평도 근해에서 참수리급 고속정 조타장으로 임무를 수행하던 중 우리 해역을 침범해 기습 공격을 감행한 북한 경비정 2척과 교전을 벌이다 전사했다. 우리 장병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다쳤다. 유족과 생존 장병들은 2020년 10월 “북한의 불법행위로 육체적·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냈다.

김 위원장은 당연히 소송에 응하지 않았으나 법원은 공시송달로 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알리고 선고를 내렸다. 공시송달은 소송 상대가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할 때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에 게재한 뒤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다만 유족과 참전 용사들이 실제 배상금을 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앞서 한국전쟁 때 북한군 포로가 된 한모씨와 노모씨도 김 위원장과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내 2020년 7월 승소했지만 배상금을 받지 못했다. 북한을 상대로 한 손배소에서 배상금은 북한 저작물을 사용한 국내 방송사들에게 저작권료를 걷어 관리해온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의 보관금을 압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한씨와 노씨는 경문협에 대한 추심 명령을 받아냈으나 이후 경문협 측 항고가 인정돼 추심이 무산됐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