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흥신소도 아니고…” 사실혼 배우자 친족 포함 실효성 ‘도마 위’

입력 2022-08-25 06:00

공정거래위원회가 동일인(총수) 친족 범위에 ‘사실혼 배우자’를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사실혼 배우자·혼외자 존재 자체가 ‘은밀한’ 사생활의 영역이어서 인지하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사실혼 배우자의 친족은 특수관계인 범위에서 빠져 제도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동일인의 친족 범위 조정 등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 중이다. 개정안 내용 중 가장 이목을 끌었던 것은 사실혼 배우자를 친족 범위에 포함하도록 한 부분이다. 다만 공정위는 법적 안정성과 실효성을 위해 동일인과 사실혼 배우자 사이에 법률상 친생자가 존재하는 경우에만 친족 범위에 포함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규제 사각지대 보완 차원에서 제도 개선을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법률에서는 이미 상법, 국세기본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금융회사지백조법 등에서 사실혼 배우자를 친족 범위에 포함하고 있다. 해외 사례를 봤을 때도 미국의 증권법(related person), 영국 회사법(connected person) 등에서 사실혼 배우자를 포함해 특수관계인 범위를 정한다.

다만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일단 사실혼 배우자와 혼외자는 존재 자체만으로 ‘감추고 싶은’ 사생활에 포함되는 영역이다. 공정위가 직접 나서서 인지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처럼 본인이 직접 사실혼 관계를 밝히지 않는 한 사실혼 여부를 알 수 있는 경우가 몇이나 되겠냐”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법률상 친생자는 가족관계등록부에서만 확인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정책은 사전 규제 성격”이라며 “사각지대가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를 설계하기에는 어렵다”고 사실상 제도의 한계를 인정했다. 다만 대기업집단이 고의로 관련 신고를 제대로 안 했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지정 자료 허위 제출로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재벌가 사실혼 배우자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은 내년 대기업집단 지정 때부터 친족 범위에 포함될 전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미 (두 사람이) 동거 중인 사실은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고, 자녀가 가족관계증명서에 입적이 돼 있다는 것만 확인되면 크게 쟁점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혼 배우자의 가족이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공정거래법상 인척(혈연관계가 없으나 혼인함으로 맺어진 친족) 3촌까지는 동일인 친족 범위에 포함되는데, 사실혼 배우자의 가족은 해당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당초 기업에서는 사실혼 배우자의 친족까지 특수관계인 범위에 포함되는 것과 관련해 촉각을 곤두세운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사실혼 배우자도 친생자가 있는 경우로 한정을 했는데, 굳이 친척까지 다 포함할 필요가 있느냐는 판단에서 넣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실혼 배우자의 부모 혹은 형제를 통해 사익편취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규제의 ‘구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