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감축법’ 대응? 급히 미국 가는 정의선 회장

입력 2022-08-24 16:07 수정 2022-08-24 18:16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5월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35분간 면담한 뒤 미국에 105억 달러를 투자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긴급하게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빠르게 미국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상황에서 맞닥뜨린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라는 악재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국도 국내 기업에 유리한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23일 김포국제공항에서 전용기를 타고 미국으로 떠났다. 구체적인 출장 목적이나 행선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재계에서는 미국 정·관계 인사를 만나 인플레이션 감축법 관련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본다. 국내외 대관 업무를 총괄하는 공영운 현대차 사장이 동행했다는 점도 이런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정 회장은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기존 투자금 55억 달러에 추가 50억 달러를 더한 총 105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었다. 이 같은 ‘통 큰 선물’에도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발효하면서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됐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에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판매량 2위를 기록하는 등 빠르게 시장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시행되면 테슬라, GM 등의 경쟁사보다 불리한 상황에 놓인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 재무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세제 혜택 기준을 오는 10월부터 정하기 때문에 서둘러 요구사항을 전달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발효하는 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이미 주요국에선 팽창하는 전기차 시장의 패권을 잡기 위해 자국 기업에 유리한 보조금 정책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중국 정부는 테슬라 전기차 모델3가 인기를 끌자 이를 억제하기 위해 2020년에 가격 30만 위안(약 5680만원)을 넘는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었다. 일본은 외부에 전력 공급기능을 갖춘 전기차에 20만엔(약 200만원)을 추가 지원한다. 일본 완성차 업체가 생산한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에는 대부분 외부전력 공급기능이 장착돼 있다. 프랑스는 자국 기업이 소형 전기차 생산에 집중하는 걸 고려해 4만5000유로(약 5900만원) 이하 전기차를 구매하면 보조금을 추가 지급한다.

그러나 한국의 보조금 정책은 이런 ‘손익계산’을 하지 않는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기차는 배터리·자율주행 등의 혁신 기술과도 연결돼 있어 각국이 치열한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 자국 기업이 밀리면 관련 산업이 줄줄이 타격을 받게 되는 구조”라며 “한국에서도 전기차 관련 기업의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보조금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