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새롭게 출현한 신종 바이러스 ‘랑야 헤니파바이러스’를 놓고 혈맹을 자처하는 북한도 경계심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은 북한에서 군사분계선인 휴전선을 제외하고 가장 긴 국경을 맞댄 국가다. 코로나19 방역 위기 해소를 주장한 북한은 중국발 바이러스 유입을 우려하며 “목숨을 빼앗길 수 있다”고 주민에게 경고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새로운 종의 헤니파비루스가 발생한 데 대하여 소개한 자료’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비루스’는 바이러스를 러시아식으로 독음한 북한식 표현이다. 노동신문은 랑야 헤니파바이러스에 대해 “심한 건강상 문제를 초래하는 비루스과에 속하기 때문에 치명적이며 이 감염증이 사람들 속에서 전파되면 신형 코로나비루스감염증(코로나19)처럼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실었다.
랑야 헤니파바이러스의 전파는 2018년 1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중국 산둥성과 허난성 일부 지역에서 보고됐다. 감염되면 발열 기침 무기력증 거식증 근육통 증세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싱가포르 연구진은 이 바이러스를 산둥성 랑야에서 발견해 ‘랑야 헤니파바이러스’라는 이름을 붙이고 논문에 실었다.
헤니파바이러스는 1998년 말레이시아 니파의 한 돼지농장에서 처음 발생했다. 인간과 동물에 모두 전파되는 인수공통 바이러스다. 첫 발견 당시부터 1년간 말레이시아에서 265명이 감염됐고, 그중 105명이 사망했다. 전파력은 강하지 않지만 한번 감염되면 높은 치명률을 이겨내야 한다.
중국·싱가포르 연구진이 지난해 8월까지 파악한 감염자는 35명이다. 백신은 개발되지 않았다. 헤니파바이러스 관련 백신 후보 물질은 개발되고 있지만 랑야 헤니파바이러스는 발생 초기여서 대중에 널리 알려지지도 않았다.
산둥성과 가까운 북한에서 노동신문을 통해 랑야 헤니파바이러스의 출연을 서둘러 알린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노동신문은 “새로운 종의 헤니파비루스는 앞으로 또 다른 유행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된다”며 지금까지 중국에서 보고된 감염자 수, 증상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