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우영우’ 그 별명, 되레 좋았어요”

입력 2022-08-24 10:22 수정 2022-08-24 10:24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1992년생으로 올해 30세인데도 아역으로 데뷔해 벌써 27년차 배우인 박은빈의 연기는 옹골차다. 사극, 청춘 드라마, 법정물 등 연기 스펙트럼도 넓다. 그의 연기력은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다시 한번 입증됐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영우를 박은빈은 그만의 사랑스러운 방식으로 표현해냈다.

22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모처럼 휴식기를 보내는 박은빈을 만났다. 그는 특유의 맑은 목소리, 명확한 발음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우영우 신드롬’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는 “얼떨떨하다”고 답했다. ‘우영우’는 연기 경력이 만만찮은 그에게도 선뜻 ‘예스’를 외치기가 망설여질 만큼 어려운 역할이었다. 지금의 인기가 기쁘다는 것보단 사랑받아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커 보였다.

박은빈은 인터뷰 도중 우영우 캐릭터 노트를 꺼냈다. 그는 매번 자신이 맡은 인물을 분석하며 메모한다. 처음 우영우 역할을 맡았을 때 쓴 글을 보며 “‘누군가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고 희화화됐다고 느낄 수도 있는 문제라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 같다’는 얘기들이 담겨 있다”고 했다.

처음엔 출연을 고사했다. 박은빈은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어떤 소리와 어떤 행동을 보여줄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 두려웠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도전을 결심했다. 그는 “영우를 연기한다기보다 영우의 진심을 파악해 전달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영우라는 사람은 그렇다는 거니까 실제 자폐인이나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고 말했다.

박은빈이 표현한 영우는 어둡지 않고 밝고 귀엽다. “장애에만 초점을 맞추면 인물이 가진 잠재력과 가능성을 간과할 것 같았어요. 우영우 세계관 안에서 마음껏 자유롭게 (인물을) 표현할 수 있도록 다채롭게 접근해보자는 마음가짐이었습니다.”

영우는 동료 변호사 권민우(주종혁)에게 ‘우당탕탕 우영우’라고 놀림받는다. 영우는 이 별명을 싫어하지만 박은빈은 좋았다고 했다. “우당탕탕 사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드라마에도 각양각색의 인간군상이 나오잖아요. 우영우보다 더 이상한 사람도 등장하고요. 사람들이 정상이라고 하는 게 무엇인지, 비정상은 어떤 것에서 오는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박은빈은 우영우를 연기하며 “악전고투했다”고 했다. 출연 분량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대사의 양도 엄청났다. 고래에 관한 지식부터 법률 용어까지 달달 외워야 했다. “제가 대사를 못 외우는 편은 아닌데 그냥 외우는 정도가 아니라 속사포로 내뱉어야 하는 대사가 많았어요. 7개월 동안 매일 시험 보는 기분으로 살았습니다.”

박은빈이 제일 좋아하는 대사는 마지막 회에 나온다. 영우가 스스로를 ‘흰고래 무리에 사는 외뿔고래’라고 표현한 부분이다. 박은빈은 “영우가 자신이 흰고래 사이의 외뿔고래라고 인정하는 게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