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뜸했던 해외 오케스트라들의 내한 공연이 연말까지 잇따라 열릴 예정이다. 9월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시작으로 10곳 가까이 된다. 이 가운데 두 차례나 한국을 방문하는 지휘자가 있다. 바로 9월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12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을 이끌고 오는 파보 예르비(59)가 그 주인공으로, 4년 만의 내한이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지휘자’가 몇 달 사이에 두 차례나 내한하는 것은 국내 공연계에서 유례가 없는 만큼 팬들의 관심도 크다.
에스토니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창립자이자 현재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의 음악감독, 스위스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와 일본 NHK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인 예르비는 현재 세계 클래식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휘자 가운데 한 명이다. 뛰어난 오케스트라 조련사인 그는 아버지 네메 예르비, 동생 크리스티안 예르비와 함께 ‘지휘 명가’ 예르비 가문 삼부자로도 유명하다. 예르비 가문은 1980년 구 소련이 지배하던 에스토니아를 떠나 미국으로 망명했다.
파보 예르비가 그동안 여러 오케스트라를 이끌었지만 올해 한국 관객과 만나는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은 특별하다. 9월 3일 서울 예술의전당, 4일 통영 국제음악당, 5일 수원 경기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예르비가 2011년 자신의 고향인 에스토니아에서 직접 창단해 애정을 쏟고 있는 오케스트라다.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에스토니아에서 매해 여름 개최되는 페르누 뮤직 페스티벌의 상주 음악단체로 예르비의 아버지와 동생도 음악적인 도움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예르비와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이번 내한공연에서 에스토니아 출신의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의 ‘벤저민 브리튼을 추모하는 성가’와 에르키 스벤 튀르의 ‘롬브라 델라 크로체’, 브람스의 이중 협주곡 Op.102,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 Op. 64 등을 연주한다.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리니스트 트린 루벨과 첼리스트 마르셀 요하네스 키츠가 브람스 이중 협주곡의 협연을 맡는다.
예르비는 12월 11일 LG아트센터 서울, 13일 수원 경기아트센터, 1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과 함께 무대에 선다. 그동안 예르비가 여러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과 상임지휘자를 맡아 그 위상을 높혀 왔지만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의 변화는 가장 돋보인다.
1980년 창단된 젊은 오케스트라인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은 예르비가 2004년부터 음악감독을 맡은 이후 위상이 크게 올라갔다. 실내악적 접근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은 바로크에서 현대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자랑한다. 이번 내한공연에선 하이든 교향곡 96번, 하이든 교향곡 104번,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베토벤 교향곡 8번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비르투오소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35)이 협연자로 함께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