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에 의해 서해상에서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아들이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등 사건 당시 해경 간부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해경 측이 사과를 거부해 조정이 결렬됐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005단독 성백현 원로법관은 지난 6월 10일에 이어 전날 양측의 조정기일을 열었으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정식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해경은 2020년 10월 이 사건 3차 중간수사 발표에서 “고 이대준씨가 도박 빚으로 인한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었다. 유족은 “해경이 고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난해 7월 수사 결과 발표에 관여한 김 전 청장, 윤성현 전 해경 수사정보국장, 김태균 전 해경 형사과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조정 과정에서 양측은 언성을 높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을 대리하는 김기윤 변호사는 23일 “해경 측 변호사가 ‘해경에서 월북이 아닌데 월북이라고 발표했으면 2000만원이 아니라 10억원 정도는 요구해야 되는 거 아니냐’는 취지로 비꼬는 발언도 했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이 사건 배상액으로 해경에 2020만922원을 청구한 상태다. 이는 이대준씨가 사망한 2020년 9월 22일을 뜻한다.
전날 조정 기일에서 유족은 해경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해경 측은 수사 내용을 그대로 발표한 것으로 사과할 수 없다며 거부해 조정은 성립되지 않았다. 다만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형사 사건의 결과가 나오기까지 민사재판 진행은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