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군부’ 빗댄 이준석 탄원서…與 “안전핀 뽑힌 수류탄” 부글부글

입력 2022-08-23 19:05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23일 공개된 자필 탄원서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사태를 주도한 절대자’ ‘신군부’에 빗댄 것으로 해석할 만한 표현을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9일 국민의힘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이 사태를 주도한 절대자는 지금의 상황이 사법부에 의해 바로잡아지지 않는다면, 비상계엄 확대에 나섰던 신군부처럼 이번에 시도했던 비상상황에 대한 선포권을 더욱 적극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적었다.

윤 대통령을 ‘절대자’ ‘신군부’에 비유하며 국민의힘 비대위 출범을 사실상 윤 대통령이 주도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또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할 경우 윤 대통령이 향후에도 비상상황 등을 이유로 당 권력장악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주호영 비대위원장과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대위 출범의 부당함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매사에 오히려 과도하게 신중한 모습을 보이며 복지부동하는 것을 신조로 삼아온 김기현·주호영 전 원내대표 등의 인물이 이번 가처분 신청을 두고 법원의 권위에 도전하는 수준의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그들이 주도한 이 무리한 당내 권력 쟁탈 시도가 법원의 판단으로 바로 잡아진다고 하더라도 면을 상하지 않도록 어떤 절대자가 그들에게 면책특권을 부여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특정 세력의 회유가 있었다는 점도 폭로했다.

이 전 대표는 “올해 6월 지방선거가 끝나고 절대자와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당 대표직에서 12월까지 물러나면 윤리위원회의 징계 절차와 경찰 수사 절차를 잘 정리하고 대통령 특사로 몇 군데 다녀올 수 있도록 중재하겠다는 제안을 받은 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시점에 이르기까지 며칠 간격으로 간헐적으로 비슷한 이야기를 여러 다른 주체들에게서 듣고 있다”며 “매우 모멸적이고 부당하다는 생각에 한마디로 거절했다”고 적었다.

이 전 대표의 탄원서 내용이 공개되자 당내에서는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전 대표와 ‘친윤’(친윤석열계) 세력 간 갈등에서 비롯된 당 내홍이 극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주 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 상임고문단과의 오찬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이 전 대표가 독재자가 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법원의 권위에 도전한다’는 이 전 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는 “법률지원단 검토 보고에 비춰보니 (비대위 출범) 절차에 하자가 없어서 ‘기각될 것으로 믿는다’(고 한 게) 무슨 법원 권위에 대한 도전이냐”고 반문했다.

탄원서에 실명이 언급된 김 의원도 페이스북에 “안전핀이 뽑힌 수류탄은 정말 위험하다”며 “모든 상황을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던 사람들이 근거 없는 확신을 창의적으로 발동시켜 천동설을 믿었던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상은 자유이지만 그 상상이 지나치면 망상이 돼 자신을 파괴한다는 교훈을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막시무스는 구질구질하지 않았다. 자신이 살려고 동료 집단을 매도하는 비열한 짓을 하지 않았다. 더 이상 나가면 코미디가 된다. 그만 자중했으면 한다”고 적었다.

대통령실은 이 전 대표의 탄원서에 무대응 입장을 유지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뉴스에서 보도되고 있는 것을 봤다. 제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