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야! 목사님, 밖에 불이 났어요.”
주일이었던 지난 21일(현지시간) 오전 10시 30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남쪽 심프루그 지역의 유일한 한인교회인 소망교회(김종성 목사). 교회학교 중·고등부 학생들이 교회 밖에서 솟구치는 연기와 불길을 보고 소리치자 김종성(53) 목사는 비상 상황임을 직감했다.
그는 준비 중이던 2부 예배를 취소한 뒤, 현지인 직원을 불러 교회 문을 즉각 개방했다. 주차장에 있던 차량 50여대도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그 사이 주민 20여명이 불길을 피해 교회로 달려 들어왔다. 김 목사와 교회 소속 선교사, 성도들은 주민들을 맞이하느라 바삐 움직였다.
교회 측은 화재 이재민들을 위해 교회 앞마당에 대형텐트 2개 동을 설치했다. 이 곳에는 남성들이 머물도록 했고, 교회 예배당에는 여성용 임시 거처를 별도로 만들었다. 23일 현재 교회에는 이재민 95명이 머물고 있다.
김 목사와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지역은 빈민들이 무허가 판자촌을 지어 생활하는 곳이다. 전기 누전으로 불이 나면서 150여 가정 400여명이 집을 잃었다. 불이 나자마자 주민들은 피해 지역에 가장 가까운 교회로 달려갔다. 교회는 가장 먼저 문을 열어 제치고 이재민을 받아들였다.
김 목사는 본보와 가진 통화에서 “화재 지역에 사는 분들은 빌딩 경비원이나 청소부, 식모 등과 일용직으로 하루하루 벌어서 먹고 사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불이 났을 때 어떻게 해서든지 도와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목사에 따르면 현재 교회에는 치안병력과 의료진 등 80명 정도가 상주하고 있고, 정부 차원에서 식사와 의료를 지원하고 있다. NGO 등지에서 옷가지를 보내오고 있고, 현지 한인교회 몇 곳과 성도들도 소망교회를 통해 후원금을 보내오기도 했다.
김 목사는 “이재민들을 위해 주일 현장예배 규모는 최소화하면서 온라인 예배 위주로 드릴 예정”이라며 “화재 복구와 이재민들의 상황에 따라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의 단기지원이 끝나면 해비타트 같은 NGO와 한인기업, 현지 교회, 한인선교사협회 등과 협력해서 새 집을 지어주는 사역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카르타 소망교회는 1994년 설립됐다. 2011년 3대 목사로 부임한 김 목사는 “주민 대부분이 무슬림이지만 몇 년 전 교회를 증축할 수 있도록 허락해줬다”면서 “소망교회는 지역 주민의 것”이라고 말했다. 소망교회 출석 교인은 현재 140여명으로 코로나19 전의 70~80명보다 배 가까이 늘었다.
교회는 7년 전부터 현지 어린이들을 위한 무료 태권도 교습을 해오고 있고, 마을 행사 때마다 후원과 지원도 빼놓지 않는다. 김 목사는 “이재민들이 교회 안팎에서 ‘뜨리마카시 코레아(고마워요 한국)’라고 인사를 건네고 있다”면서 “미약한 교회이지만 누군가 섬기고 나눌 수 있는 은혜를 누릴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