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동의 없이 통화를 녹음할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다. 법이 제정될 경우 애플의 ‘아이폰’과 비교했을 때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의 확실한 강점으로 여겨졌던 통화녹음 기능이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들의 ‘음성권’ 보장에 초점을 둔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상대방 동의 없이 통화나 대화를 녹음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개정안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현행법 조항을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며, 대화 참여자는 대화 상대 모두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할 수 없다”고 수정했다.
통화 당사자 한쪽이 자의적으로 통화 내용을 녹음하는 것은 다른 한쪽의 사생활 자유 또는 통신 비밀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캘리포니아·플로리다를 비롯한 미국의 13개 주, 프랑스 등 일부 해외 국가에서는 상대방의 동의 없는 통화녹음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아이폰은 통화녹음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반면 삼성전자 갤럭시폰에는 통화녹음 기능이 탑재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3자가 타인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만 불법에 해당될 뿐 대화 당사자가 대화를 녹음하는 것에 대한 별다른 규제는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으로 양분된다. 그간 갤럭시 이용자들은 삼성전자만의 가장 큰 차별점으로 ‘통화녹음’과 ‘삼성페이’를 꼽아왔다. 특히 일부 직종의 경우 업무 특성상 상대방 동의 없이 통화를 녹음할 수 있고, 자동 통화녹음 기능을 제공하는 갤럭시 사용이 필수적이라는 반응도 많았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23일 “국회가 앞장서서 아이폰 사용을 권장하는 건가” “삼성페이와 통화녹음 기능 때문에 갤럭시를 쓰는데 녹음이 안 되면 쓸 이유가 없다” “통화녹음 하나에 징역 10년은 과하다” 등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법안이 실제 국회에서 통과돼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봤다. 2017년에도 김광림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통화녹음 여부를 의무적으로 통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최경진 개인정보보호법학회 회장은 지난 22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을 통해 “많은 분이 국내 스마트폰을 쓰는 이유 중 하나가 녹음 기능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이건 전적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개정안대로 한다면 상대방 동의 외에는 사실상 예외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는 없다”며 “범죄 피해자 등 경우에 따라서 (통화녹음을) 민형사상 증거로 활용해야 할 때도 있는데 그것이 모두 다 막히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음성권에 대해서 한 번쯤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어떤 권리도 100% 완벽하게 보호받을 권리는 없기 때문에 이런 적절한 제한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서 논의가 좀 더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