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의 기록적 폭우로 서울 일부 지역에 침수 피해가 발생했던 당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에 살던 한 이재민이 “영화 기생충에서 나오던, 변기에 오물이 역류하는 광경을 직접 봤다”고 말했다.
A씨는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기생충의 광경을 직접 눈으로 봤다며 “그 오물 속에서 아들을 마지막에 끌어안는데 (아들이) ‘아버지 너무 비참해요’라고 말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아버지로서 너무 비참했다. 사람 사는 곳에 오물이 넘쳐났다는 자체만으로 아주 기분 나쁜 일이고 다시는 여기 안 살아야 되겠다는 마음이 (들어) 힘들다”고 털어놨다.
A씨 부자는 침수피해를 입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하수구 역류로 집 전체에 곰팡이가 퍼졌고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가구와 가전제품, 소중한 물품들은 전부 오물에 잠겨버렸다.
A씨는 “하루 정도 물이 계속 방안에 차 있다가 한참 뒤 양수기로 물을 다 퍼냈다”며 “3일 정도는 모텔 생활을 했고 지금은 지인 사무실에서 침구류를 깔고 며칠째 생활하고 있다. 아들은 친구 집을 전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난지원금이나 모텔 지원금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하루에 7~10만원 정도 되는 숙박 비용을 부담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 8일부터 17일까지 전국에서 집중호우로 피해가 컸던 지역 10곳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고 22일 밝혔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자체는 사유시설과 공공시설 피해에 대한 복구비의 50∼80%가 국비로 전환돼 재정부담을 덜 수 있다. 피해 주민에 대해서는 재난지원금 지원과 함께 국세·지방세 납부 예외, 공공요금 감면 등 간접적인 혜택이 추가로 주어진다. 하지만 이재민들은 당장의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A씨는 “구청이나 주민센터도 찾아가서 ‘피해가 막심한데 왜 아무도 신경 쓰지 않냐’ ‘체육관에서 주무시는 분들은 이불조차 지원이 없느냐’고 문의를 드렸더니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더라”며 “긴급재난지역이 선포됐다고 하지만 기본적인 지원이 안 될 정도니 행정에서 하는 게 너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아들을 데리고 상경한 지 4년 정도 된 A씨에게 긴급하게 구해서 살만한 집은 그나마 저렴한 반지하 방들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다시는 사람이 반지하에서는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수해 입고 청소하러 몇 번을 다니면서 젊은 청년들이 쓰레기더미에서 귀중품을 찾으며 우는 모습들을 너무나 많이 봤다. 너무나 마음이 아파 한참을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많이 울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특단의 대책을 세워서라도 반지하에 못 살게 하는 법을 제정하고 또 많은 공공임대주택을 만들어서 청년층이 조금이라도 주거환경이 괜찮은 곳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절대 사람이 반지하에서 안 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