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가 원당 1구역 주택재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600년 역사의 밀양박씨 규정공파 두응촌 묘역의 재실이자 고양시 향토유적을 관리하는 사당인 ‘추원재’에 대한 강제 철거 방침을 세우자 전국의 밀양박씨들이 대규모 항의집회에 나섰다.
지난 6월 21일 추원재 철거를 결사반대하는 내용의 1700여명의 연대서명부를 고양시에 제출한 지 두 달만이다.
전국에서 모인 밀양박씨 규정공파 대종회 회원 1000여명은 23일 오전 10시부터 고양시청 앞에서 추원재 철거 반대 항의집회를 열었다.
집회에 앞서 대종회원들은 덕양구 주교동 추원재에 집결해 고양시청까지 풍물패를 앞세워 1.5㎞ 거리행진을 벌였다. 이날 집회 중 박성훈 대종회장 등 3명은 삭발식을 열고 ‘추원재 철거 결사반대’ 뜻을 알렸다.
밀양박씨 대종회는 결의문을 통해 “고양시는 두응촌과 추원재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밀양박씨 규정공파 대종회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추원재를 일방적으로 재개발사업지에 포함시켜 철거를 시도하고 있다”며 “고양시의 무책임하고 안이한 행정으로 200만 밀양박씨 성손들은 오갈 데 없는 처지에 내몰렸고, 조상님 앞에 고개를 들지 못하는 치욕스런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어 “원당 아파트재개발 사업을 위해 600년 전통의 추원재 철거가 불가피했는지,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 고양시에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수백년간 고양시에서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밀양박씨 종중의 의중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고양시의 가혹하고 무책임한 조치를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밀양박씨 대종회는 이어 “고양시장은 밀어붙이기식 원당1구역 재개발 사업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추원재가 사업지에 포함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철저히 조사하고 공개할 것”과 “밀양박씨 종중의 동의 없이 600년 전통의 사당인 추원재 철거를 시도한 점에 대해 200만 밀양박씨 성손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고양 추원재는 고려말 전법판서 겸 상장군을 지낸 박사경 묘가 1400년대 초 조성된 이래 조선 중기까지 약 200년간 56위의 밀양박씨 선조들을 모시는 두응촌 묘역의 사당으로, 200만 밀양박씨 후손들의 교육·문화공간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밀양박씨 대종회는 원당 재개발 사업 초기인 2009년 이후 여러 차례 추원재 존치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고양시와 경기도, 국토부 등에 제출한 바 있다.
고양시 관계자는 “원당지구 주택재개발 사업의 마스터플랜을 짠 총괄계획가들이 밀양박씨 대종회와 재개발조합 쪽 의견을 폭넓게 들은 뒤 중재안을 시에 제안하기로 했다”며 “양쪽이 중재안에 동의할 경우 사업 변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원당1구역 재개발사업은 덕양구 주교동 일원 12만385.8㎡에 26~35층 아파트 17개동 2600여 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조합 쪽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이주와 철거를 마치고 2024년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고양=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