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억 노리고… 제주 환경보존지 나무 1만그루 뽑아

입력 2022-08-23 12:38 수정 2022-08-23 16:43
훼손 전 위성 사진(왼쪽)과 지난 6월 드론으로 촬영한 항공사진. 제주도 자치경찰 제공

가치가 높은 제주도 내 보존지역 토지를 불법 개발한 토지주와 부동산개발업자가 구속됐다. 훼손된 토지 면적은 축구장 10배에 달하고 뽑혀나간 나무는 1만본이 넘었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문화재보호법과 산지관리법, 제주특별법 위반 혐의로 토지소유주 A씨(51)와 부동산개발업자 B씨(56)를 구속하고, 훼손에 가담한 중장비 기사 2명과 토지 공동 매입자 2명 등 4명을 추가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2021년 11월부터 지난 1월까지 A씨 등 3명이 소유한 제주시 조천읍 일대 토지 총 18만8423㎡ 중 7만6990㎡를 중장비 등을 이용해 무단 훼손한 혐의다.

훼손한 토지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거문오름과 벵뒤굴 일대로, 제주특별법에 의해서도 중점 관리되는 선흘 곶자왈에 포함된 지역이다.

이들은 지가를 상승시키고 각종 개발행위를 할 목적으로 굴삭기 등을 이용해 토지 내 자생하는 팽나무와 서어나무 등 1만28본 가량을 제거했다.

3m 가량의 높고 낮은 지면을 절·성토해 지반을 평탄화하고, 인접도로와 연결되는 길이 27m 폭 4~6m의 진입로를 개설했다.

수사 결과 훼손 전후 해당 토지의 실거래 가격은 평당 2만5000원에서 10만원으로 상승해 시세 차익만 17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자치경찰은 지난해에도 제2공항 예정 부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와 전망이 뛰어난 중산간(해발 200~600m) 일대에서 대규모로 산림을 훼손한 5명을 구속하고, 7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고정근 도 자치경찰단 수사과장은 “제주 자연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