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서울 영등포역에서 100여m 거리에 있는 홈리스복지센터 1층.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 청장년국 가스펠 두나미스교구 사회사업실 청년 10여명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하얀 비닐 봉투에 대일밴드, 연고, 파스, 감귤주스 등을 넣고 있었다. 그 가운데 배우 남보라(33)씨가 있었다. 그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성도인 그는 사회사업실장이다.
남씨는 “동생을 먼저 보내고 힘들 때였다. 매일 새벽 기도에 나갔는데 당시 청장년국 목사님 제안으로 2016년부터 봉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씨 등 청년들이 싼 건 인근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들에게 나눠줄 물품이었다. 1시간도 안 돼 300개가 넘는 선물 꾸러미를 쌌다. 남씨는 여기저기 오가며 짐을 옮기고 세팅을 하느라 바빴다.
청년들은 매월 셋째주 토요일 노숙인과 쪽방촌 사역을 하는 광야교회 인근 공터에서 공연을 하고 물품나눔을 한다. 한국구세군에서는 간식차를 제공하고 노크교회 청년들은 쓰레기를 주웠다. 기독문화단체 ‘수상한거리(대표 백종범 목사)’는 매월 찬양 음악회를 열고 있다. 이날에 미용봉사자도 있었다. 여러 교회의 연합에는 남씨의 열정이 큰 역할을 했다.
2019년 말 사회사업실 리더를 맡은 뒤 코로나가 왔다. 남씨는 “코로나 이후 3개월 간 봉사를 쉬다가 마스크 500장을 나누는 봉사활동을 시작했다”며 “이후 내가 인스타그램 홍보를 했고 여러 단체 또는 기업이 라면, 장아찌, 어묵, 냉동밥 등을 후원해 지금 코로나 이전보다 더 많이 이웃과 나누고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CCM 음악회는 지난해 12월 있었던 크리스마스 캐롤 공연을 계기로 시작됐다. 그는 “노숙인이나 쪽방촌 주민들과 하나님을 찬양하는 음악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했다”며 “‘수상한거리’에 제안했고 대표 백종범 목사가 흔쾌히 받아들여 함께하고 있다”고 했다. 백 목사는 한국구세군 사역팀을 연결했다.
남씨는 현장에서 물품을 나르고 화내는 주민을 진정시키며 현장을 두루 살폈다. 또 “보라 누나”라고 부르는 다른 청년들을 자상하게 이끌었다.
남씨는 “취객 등의 방해가 있으면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고맙다’며 손 잡아주는 분이 있어 힘을 낸다”며 “예수님이 낮은 자를 향해 가신 것처럼 그리스도인이라면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봉사는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소통의 창구”라고 했다.
남씨는 힘들 때 이 성경구절을 떠올린다.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찌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 그러므로 우리는기회 있는대로 모든 이에게 착한 일을 하되 더욱 믿음의 가정들에게 할찌니라.”(갈 6:9~10)
30도가 넘는 더울 날씨에 봉사하느라 남씨의 얼굴은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그는 “언젠가 봉사한 시간들이 쌓여서 열매를 거두는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남씨는 13남매의 장녀다. 이날 동생 휘호(25)씨도 봉사현장에 함께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