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주식 학살’… BBBY 이어 AMC 40% 폭락 [3분 미국주식]

입력 2022-08-23 07:35 수정 2022-08-23 12:03
미국 멀티플렉스 영화관 체인 AMC 엔터테인먼트 홀딩스 주가가 2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 모니터에 표시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뉴욕 증권시장이 국제경제 심포지엄 ‘잭슨홀 미팅’에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강한 긴축 의지를 확인할 것이라는 우려에 따라 23일(한국시간)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특히 올여름 반등장에서 급등한 ‘밈 주식’의 낙폭이 컸다. 지난해부터 ‘밈 주식’을 대표해온 미국 멀티플렉스 영화관 체인 AMC 엔터테인먼트 홀딩스는 40% 넘게 폭락했다.

1. AMC 엔터테인먼트 홀딩스 [AMC]

AMC 엔터테인먼트 홀딩스는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41.95%(7.56달러) 급락한 10.46달러에 마감했다. 경쟁사인 영국 씨네월드의 파산 신청 고려 소식이 극장에 대한 투자 심리를 냉각시키며 AMC의 주가를 끌어내렸다.

티커를 ‘APE’로 설정한 AMC의 우선주도 악재였다. AMC는 추가 현금을 조달할 수단으로 모든 주주에게 배당한 우선주의 거래를 이날부터 시작했다. AMC의 우선주 발행은 시장에서 주식분할과 유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경제채널 CNBC는 AMC의 우선주 발행을 “사실상 1대 2의 주식분할과 같다. 주가를 50%가량 끌어내릴 수 있다”고 경고한 제이 리터 플로리다대 교수의 의견을 보도했다. 리터 교수의 말처럼 AMC의 주가는 절반 가까이 증발했다.

AMC는 코로나19 대유행 초창기인 2020년만 해도 2달러 안팎에서 거래된 소형주였다. 지난해 1월로 넘어오면서 돌연 20달러대로 급등하더니 같은 해 5월부터 강한 매수세를 타고 70달러대까지 치솟았다.

AMC의 이런 강세를 놓고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따른 영화관 매출 상승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오랫동안 경영난에 시달린 AMC는 ‘포스트 코로나’의 수혜주로 꼽혔다.

실상은 달랐다. AMC의 주가 등락은 ‘밈 주식’의 전형적인 유형을 나타냈다. ‘밈 주식’은 미국 커뮤니티 레딧 회원을 중심으로 맥락 없이 등락하는 종목을 말한다. 순식간에 강한 매도세에 휩쓸릴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AMC의 우선주 티커인 ‘APE’는 유인원을 뜻한다. 레딧 회원들은 ‘생각 없이 투자한다’는 취지로 ‘밈 주식’ 투자자를 유인원에 비유해 왔다. AMC 우선주 티커는 레딧 회원들의 정서를 반영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 베드배스앤드비욘드 [BBBY]

베드배스앤드비욘드는 지난달부터 시작된 뉴욕증시의 반등장에서 ‘밈 주식’을 이끌어온 미국 가정용 생활용품 소매점 체인이다. 지난 1일 나스닥에서 4.94달러로 출발한 주가는 17일 장중 30달러에 도달했다. 불과 13거래일 만에 주가를 6배나 끌어올린 셈이다.

곧 가파른 급락이 찾아왔다. 베드배스앤드비욘드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20일 40.54%나 떨어진 11.0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AMC보다 1거래일 먼저 40%대 낙폭을 기록한 셈이다. 이날 16.23%(1.79달러) 추가 하락해 9.2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베드배스앤드비욘드의 주가를 움직인 건 또 다른 ‘밈 주식’ 게임스톱의 회장이자 행동주의 투자자인 라이언 코언이다. 코언은 베드배스앤드비욘드의 주가 상승을 예상하고 콜옵션을 대거 매입했다가 최근 지분 11.8% 전량을 매각해 주가 폭락을 불러왔다.

3.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스 [ZM]

미국 영상 플랫폼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스는 이날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분기 매출은 11억 달러,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1.05달러로 집계됐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의 월스트리트 전망치에서 매출은 11억2000만 달러, EPS는 0.94달러였다. 매출은 기대에 미흡했지만, EPS는 전망치를 소폭 상회했다.

줌은 분기 실적을 확인한 애프터마켓에서 낙폭을 확대했다. 나스닥 본장에서 2.07%였던 낙폭은 시간 외 매매에서 10.2%로 늘었다. 애프터마켓 마감 종가는 89.35달러다. 줌은 코로나19 대유행에서 화상회의 및 영상통화 플랫폼의 선두주자 격의 지위를 얻었다. 하지만 주가는 2020년 10월 588.84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찍은 뒤 꾸준히 하락해 왔다.

하루 3분이면 충분한 월스트리트 산책. [3분 미국주식]은 서학 개미의 시선으로 뉴욕 증권시장을 관찰합니다. 차트와 캔들이 알려주지 않는 상승과 하락의 원인을 추적하고, 하룻밤 사이에 주목을 받은 종목들을 소개합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