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줄어드는데 인구대책 ‘무소식’…“저출산 넘어 ‘인구’ 방점 둬야”

입력 2022-08-23 07:33
이지연 통계청 인구총조사과장이 지난달 28일 세종 정부청사에서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전수) 결과'를 발표 중이다. 연합뉴스

지난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총인구가 줄어드는 등 인구 감소에 경고등이 켜졌지만 정부의 대책 발표가 요원하다. 지난달 발표 예정이었던 인구위기 대응 방안도 밀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인구 구조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더라도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데에 입을 모은다. 복지 중심의 ‘저출산’ 대책을 넘어 사회·경제를 포괄하는 ‘인구’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총인구는 5173만8000명으로 2020년보다 0.2% 줄었다. 1949년 인구 집계를 시작한 이후 72년만의 첫 인구 감소다. 줄어든 인구는 노동력 감소로 이어진다. 중장기적으로 경제 성장 동력이 사라지는 것이다. 인구가 증가하던 시기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에도 필연적으로 문제가 발생한다. 당장 65세 이상 고령 인구 증가 속도를 생산가능인구가 쫓아가지 못하자 국민연금기금 고갈 문제가 대두됐다.

그럼에도 새 정부 출범 이후 아직 인구 대책은 발표된 적이 없다. 지난 6월 24일 기획재정부가 인구위기대응 태스크포스(TF)의 출범을 알린 게 전부다. 방기선 기재부 제1차관은 당시 “인구 위기 대응 방안과 부문별 대책을 7월 이후 순차적으로 발표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르면 다음 달 중 인구 위기 대응 방안이 발표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인구 감소에 대해 충분한 경각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인구 감소로 본격화할 조세 부담 증가, 경제성장률 둔화 등이 당장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여유 시간이 있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교수는 “합계출산율이 0.3명까지 떨어져도 정부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은 지난 2018년 1명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는 0.7명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저출산’을 중심으로 인구 정책을 짜왔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400조 이상의 예산을 저출산 대응에 투입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예산 투입이 이어졌음에도 출산율 하락이 심화하는 만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저출산이 아닌 ‘인구’ 차원의 접근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출산 비용 지원, 양육수당 등 복지 정책 중심에서 주거, 일자리 등 사회·경제 정책을 모두 포함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예산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저출산 예산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4% 수준이다. 이를 ‘인구’ 예산으로 확장해 독일·프랑스 등과 유사한 수준인 4%까지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삼식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지금은 한국 사회가 구조적으로 망가져 국민들이 출산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택, 노후, 노동 등 일상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어야 다시 출산을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