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권을 둘러싸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과 갈등을 빚고 있는 ‘안나’ 이주영 감독이 쿠팡플레이를 형사 고소할 예정이다. 안나 편집과 관련해 ‘이 감독에게 사과한 적 없다’는 쿠팡플레이 주장을 반박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이 감독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시우는 22일 “쿠팡플레이가 허위사실 명예훼손을 포함한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점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쿠팡플레이 김성한 총괄을 비롯한 관련자 전원에게 형사고소를 포함한 모든 법적 조치를 실행하겠다. 쿠팡플레이의 사과를 전제로 해 자제하고자 했던 저작인격권 침해에 관한 손해배상청구의 소 등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법인 시우에 따르면 김 총괄은 19일 저녁 한국영화감독조합 사무실에서 이 감독을 만나 7차례 ‘사과드린다’고 표현했다. 회동 중 쿠팡플레이 사과가 비공개 사항이라는 언급이 없었고, 이를 합의한 사실도 없었다고 전해졌다. 이 감독 측은 쿠팡플레이 총괄책임자로부터 ‘이번 사건에 관한 진지하고 정중한 사과’를 받았음을 지난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알렸다.
이 감독 측은 “쿠팡플레이는 이 감독에 관한 사과가 공개되자 돌연 태도를 바꿔 사실과 다른 내용이 포함된 공동 입장문을 요구했다”며 “21일 밤 회동을 갖고 논의했으나,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인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오늘 오전 10시 다시 회의를 열어 논의하기로 했지만 쿠팡플레이는 불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쿠팡플레이 측은) 오늘 오후 1시7분 단독으로 작성한 공동·단독 입장문을 첨부, 오후 1시35분까지 공동 입장문에 동의하지 않으면 단독 입장문을 배포하겠다는 취지의 메일을 보냈다”며 “쿠팡플레이의 공동 입장문안은 사실과 다른 점을 포함해 동의할 수 없었다. 쿠팡플레이가 오늘 오후 배포한 단독 입장문도 사실과 다른 내용을 대거 포함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쿠팡플레이는 “19일과 21일 양일에 걸쳐 한국영화감독조합이 중재한 회의를 통해 이 감독은 쿠팡플레이가 감독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재편집하지 않았음을 시인하고 오해를 풀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6월 초 이 감독과 쿠팡플레이, 제작사가 모두 참여해 진행한 회의에서 6편에 관한 쿠팡플레이의 편집 진행과 함께 8편의 감독편을 별도 공개하는 것도 사전에 인지했음을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추가 입장에선 “이 감독이 제기한 주장의 핵심은 ‘쿠팡플레이가 일방적으로 편집했다’는 부분”이라며 “지난 미팅을 통해 쿠팡플레이는 상호 오해가 발생한 점에 관해 유감 표명을 한 것이지, 일방적으로 편집한 것에 관해 사과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님을 명백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 감독 측은 “쿠팡플레이가 감독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재편집한 것이 아니라고 인정한 적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법무법인 시우는 “쿠팡플레이의 일방적인 안나 편집은 이 사안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다. 이에 관한 이 감독 입장은 바뀐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쿠팡플레이는 심지어 7월 8일자 보도자료에서 안나 확장판을 공개한다고 했을 뿐 감독판을 공개한다고 한 적이 없다. 감독판 공개 여부를 묻는 내용증명조차 답변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드라마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 인생을 살게 된 ‘유미’(수지 분) 이야기다. 정한아 작가 장편소설 ‘친밀한 이방인’이 원작이다. 영화 ‘싱글라이더’(2017) 이주영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이 감독은 2017년 11월 8일부터 지난해 7월 12일까지 3년8개월가량 안나 극본을 썼다. 쿠팡플레이가 총 8부작으로 승인했지만, 이 감독은 자신의 동의를 얻지 않고 후반 작업을 다른 업체를 통해 6부작으로 재편집했다고 주장했다. 촬영감독 이의태·정희성과 편집감독 김정훈, 조명 이재욱, 그립 박범준, 사운드 박주강 등 총 6명은 이 감독을 지지하며 “우리 이름도 크레디트에서 빼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