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숙제’…尹정부와 더 밀착, ‘용산 2중대’ 비판은 피하고

입력 2022-08-23 07:00 수정 2022-08-23 07:00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정부를 향해 덕담과 쓴소리를 섞어 던지는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

윤석열정부의 국정운영을 돕기 위해 적극 지원하겠지만, 동시에 정부와 대통령실의 잘못에 대해선 ‘할 말은 하겠다’는 긴장감을 유지하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한 의원은 23일 “주 위원장은 여당이 정부와 대통령실에 끌려 다니는 것이 오히려 윤석열정부의 성공에 해롭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여당과 정부가 협력적 수평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주 위원장의 정치적 소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 체제 당시 틀어졌던 당정 관계를 복원하는 것은 ‘주호영 비대위’의 최우선 숙제다.

정부를 향한 독한 비판은 자칫 당정 관계를 더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반대로 윤 대통령을 향해 듣기 좋은 소리만 했다가는 ‘대통령실 2중대’라는 비아냥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번 비대위는 이 전 대표와 ‘친윤’(친윤석열계) 세력 간 갈등에서 비롯된 당 내홍을 봉합하기 위해 출범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과 정부를 마냥 비호하지만은 않는 중립적 스탠스도 동시에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딜레마 상황은 윤 대통령과 정부를 향한 주 위원장의 최근 발언 곳곳에 묻어난다.

주 위원장은 지난 22일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전날(21일) 있었던 대통령실 인적 개편에 대해 “정책기획수석을 신설하고 경험 많은 분을 수석으로 (임명)한 건 잘된 일”이라고 호평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 임명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생각이나 철학을 잘 알고, 대선을 거치면서도 잘한다는 평가를 받은 분이 돼서 국민들의 우려가 많이 해소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주 위원장은 동시에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주 위원장은 “(대통령실) 정책실이 없어지면서 정부 내 정책 조율하는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우리 당과의 정책 조율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애초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실 폐지 결정이 당과의 정책 조율 실패로 이어졌다는 점을 짚고 넘어간 것이다.

주 위원장은 21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서도 “5세 아동의 취학 문제 이런 것은 당과 상의만 했으면 그런 실수가 나오지 않는다”며 “앞으로는 중요한 정책이 여당 정책위와 사전 협의 없이 발표되는 일은 없도록 저희들이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의 인선 스타일에 대해서도 “‘검찰 출신 인사를 너무 많이 쓴다’ ‘아는 사람들 위주로 쓴다’는 것도 한번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고언하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주 위원장의 이런 당정관계 재정립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그동안 이 전 대표와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를 지나면서 정부와 지나치게 각을 세우거나 또는 정반대로 윤 대통령의 의중만 좇다가 당정간 협력과 견제라는 균형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노련한 주 위원장이 이런 상황에서 중심을 잡아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현수 손재호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