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 금융노조 총파업에… 시큰둥한 MZ세대 [금융뒷담]

입력 2022-08-23 06:00

시중은행·산업은행 등 노조를 산하에 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총파업을 결의했다. 90%가 넘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되며 6년 만의 총파업이 결정됐지만 정작 노조원들은 시큰둥한 분위기다. 특히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진 MZ세대(2030세대) 직원들은 파업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 모양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지난 19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93.4% 찬성률로 총파업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 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소속 노조원들은 다음 달 16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

금융노조 차원의 총파업은 지난 2016년 9월 이후 6년 만의 일이다. 이들은 임금 6.1% 인상, 주 36시간 근무, 영업점 폐쇄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노조 측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투표는 1%대 임금인상률을 고집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을 삭감하겠다는 ‘금융사용자에 대한 분노’가 표출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노조가 총파업이라는 강수를 들고 나왔지만 정작 개별 은행의 젊은 노조원들은 무관심한 분위기다. 시중은행에 재직 중인 A씨(31)는 “나에게 직접적으로 불이익이 오는 상황도 아닌데 파업에 참여해야 할 이유가 있겠나”고 반문했다. 다른 시중은행 재직 중인 B씨(29)는 “애초에 노조 활동 자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젊은 직원들이 없었고 노조도 젊은 직원들을 챙기지 않았다. 이제 와서 파업에 참여해달라고 하면 누가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93.4%라는 높은 찬성률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측(금융산업협의회)이 제시한 임금인상률(1.4%)이 실망스러웠던 건 사실이기에 인상률을 높여야 한다는 방향성에 공감해 찬성표를 던진 사람들이 많은 것일 뿐”이라며 “파업 가결에 찬성했다고 해서 실제로 파업에 동참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파업이 불러올 역효과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안 그래도 금리 인상기를 맞아 대출 금리가 치솟고 금융당국은 예대마진을 들여다보는 등 위기 상황에서 파업을 하면 오히려 비난이 더 가중돼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걱정으로 파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이들도 있다. 시중은행 재직 중인 C씨(38)는 “은행 특성상 외진 지점에 발령을 내는 방식으로 인사 보복을 하기 쉽다”며 “전체적으로 파업에 참여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단체행동에 나서면 모를까, 개인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파업에 참여할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