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다 썼는데…” 보육원 출신 대학생, 교정서 숨진 채 발견

입력 2022-08-22 15:54 수정 2022-08-22 16:04
국민일보DB

보육원에서 나온 후 금전 고민을 하던 새내기 대학생이 방학 중 홀로 지내던 기숙사 주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2일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 5분쯤 광산구에 위치한 한 대학교 강의동 건물 뒤편 바닥에서 A군(18)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학교 내 다수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A군이 지난 18일 오후 4시25분쯤 강의동 건물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장면을 확인했다.

A군은 해당 대학에 합격한 후 올해 초부터 보육원을 나와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경찰은 주변인 조사를 통해 “A군이 보육원을 나올 때 받았던 지원금 약 700만원 가운데 상당 금액을 사용했고, 금전 고민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A군은 방학을 맞아 동급생 대부분이 집에 가면서 사고 당일 기숙사 방에 홀로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기숙사에 남긴 쪽지에는 ‘아직 다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 등 짧은 글이 적혀 있었다.

추락 전 A군이 머물었던 강의실에서는 술병 등이 발견됐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성인이 된 후 보육원에서 퇴소한 청년들은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최소 500만원의 정착지원금을 받고, 정부가 5년간 월 30만원의 자립수당을 지급한다. 매년 2500여명 정도가 보호가 종료돼 사회로 진출한다.

하지만 보호 종료 1년 미만인 청년의 경우 약 60%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정 지원 못지 않게 사회가 ‘가족의 역할’을 해주고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책이 절실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