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꼽혀온 여환섭(54·사법연수원 24기) 법무연수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가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된 지 4일 만이다. 여 원장은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할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여 원장은 22일 법무부에 사표를 제출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간 검찰 조직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다”는 짧은 소회를 남겼다. 그는 앞서 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총장 후보 4인으로 압축됐지만 최종 후보자로 지명되지는 못했었다.
경북 김천 출신인 여 원장은 대검 중앙수사부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많은 경력을 쌓으며 다양한 권력형 비리 사건 수사를 이끌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 구성원들은 이런 그에게 ‘독사’ ‘검객’ 등의 별명을 붙였다. 정작 그는 “쉬운 수사란 없다” “원하는 수사만 할 수는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여 원장은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 대구지검장, 광주지검장, 대전고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대전고검장으로 재직하던 올 상반기에는 국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을 ‘검찰 폐지’로 명명하며 “검사장들이 먼저 직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여 원장을 두고 “검사의 능력으로는 첫손에 꼽힐 분”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