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를 괴롭힌 뒤 학대 사진을 온라인에 게시한 남성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 남성은 자신이 올린 사진을 토대로 거주지를 특정해 급습한 고양이보호단체에 고발당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전주덕진경찰서는 길고양이를 학대한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로 A씨를 조사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8일 목에 케이블타이를 묶는 등 길고양이를 괴롭힌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고발 내용을 살펴본 뒤 혐의 적용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사건의 전말은 시민단체 ‘팀캣(C.A.A.T)’이 A씨 집에 직접 찾아간 뒤 그를 고발하면서 드러났다.
A씨는 지난 7월 11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털바퀴 잡아다 바리캉으로 털 싹 밀고 방생했음’이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글에는 어린 길고양이의 털을 밀었다면서 해치겠다고 암시하는 듯한 내용이 담겼다.
그는 지난 7월 22일 실제로 고양이 몸의 털, 수염을 민 뒤 케이블타이로 목을 덤벨에 묶어놓은 사진을 게시했다. 덤벨이 놓인 바닥에는 학대당한 고양이의 피로 추정되는 자국이 있었다. A씨는 이후에도 고양이를 학대했다는 내용의 글을 꾸준히 작성했다.
팀캣은 A씨가 온라인에 올린 사진들을 분석해 그의 거주지를 전북 전주시 덕진구의 한 동네로 특정했다. 팀캣 팀원들은 거주지 주변에서 교대로 잠복을 이어왔고, 약 한 달간의 잠복을 통해 A씨로 의심되는 남성을 발견했다.
이들은 잠복 과정에서 A씨가 종이상자로 만들어 놓은 고양이 덫을 발견해 치우기도 했다. A씨는 이에 분노한 듯 ‘집 나간 고양이 여기 있어서 되찾으려는데 왜 포획물을 훔쳐 가느냐. 그렇게 좋아서 가져갔으니 다 당신 것 하고 가지시라’는 내용의 메모를 현장에 남겼다.
팀캣 관계자는 “A씨는 밤낮 가리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녔다”며 “동네에 보이는 모든 고양이를 파악해 사진을 찍었는데, 그때마다 다음 타깃이 될 고양이를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결국 작성자를 A씨로 특정한 팀캣은 지난 16일 증거를 취합해 경찰에 고발했다. 당시 경찰과 동행해 A씨 집에 방문한 팀캣 팀원은 트위터에 “(계속된 추궁에) A씨는 자신이 올린 글이 맞는다고 시인했다”면서 “학대자의 엄마는 ‘우리 애는 벌레도 못 죽인다’며 자식이 한 행위를 옹호하더라. 벌레도 못 죽이는 줄 알았던 자식이 고양이를 학대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후기를 전했다.
그는 “경찰과 함께 A씨의 집 안을 모두 확인했지만, 다행히 희생당한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며 “경찰이 다녀간 뒤에도 A씨는 커뮤니티에 계속 글을 올리는 등 과도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팀캣은 “학대자의 특징을 보면 처음엔 단순히 ‘하고 싶다’로 시작했다가 (온라인에서) 자신과 같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으며 행동으로 옮긴다. 또 그 행동으로 다시 응원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며 “오로지 관심을 받기 위해 한 생명을 무참히 학대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심을 받기 위해서 고단한 하루를 살아가는 고양이들을 장난감처럼 학대한 것”이라며 “앞으로 A씨가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주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