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차를 타고 가던 여성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난 40대 남성이 전직 국가대표의 끈질긴 추격과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21일 인천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국가대표 수구선수 출신인 이민수(43)씨는 19일 오후 4시24분쯤 서구 가좌동의 한 도로에서 접촉 사고를 당했다. 사고를 낸 건 흰색 승합차를 몰던 40대 남성 A씨였다.
A씨는 이씨의 차량을 들이받은 뒤 곧바로 중앙선을 넘어 달아나기 시작했다. 음주운전을 의심한 이씨는 우선 경찰에 신고한 뒤 경적을 울리며 A씨의 차량을 쫓아갔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지나가던 오토바이도 들이받으며 질주했다.
이씨는 추격 과정에서 A씨가 몰던 승합차 손잡이에 혈흔이 묻어 있었던 사실도 실시간으로 경찰에 알렸다. 이씨는 경찰에 “손잡이에 막 피가 묻어 있다”고 했다. 그는 SBS 인터뷰에서는 “(A씨가) 일부러 창문을 내리고 얼굴을 이렇게 하면서 보여줬다. 온몸이 다 피였다”고 말했다.
도심 추격전은 약 7㎞에 걸쳐 10분간 벌어졌다. A씨는 중구에 있는 한 고등학교 안까지 차를 몰고 들어갔다. 그는 갑자기 흉기를 꺼내 자해했고 이를 목격한 이씨가 구급차를 부른 뒤 자신의 차량으로 도주로를 막았다. 이윽고 경찰이 오후 4시35분쯤 현장에 도착해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알고보니 A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경찰이 쫓고 있던 용의자였다. 그는 알고 지내던 30대 여성 B씨에게 운전교습을 시켜주는 과정에서 시비가 붙어 승합차 안에서 B씨의 목을 조르고 어깨 등을 흉기로 찌른 뒤 도주하던 중 이씨의 차량을 들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차량에서 빠져 나온 B씨는 인근 병원에서 치료 중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한다. 경찰은 21일 A씨를 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했다.
추격 끝에 용의자 체포에 큰 역할을 한 이씨는 현재 경기도청 수구팀 감독을 맡고 있다. 그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수구 대표로 참가했던 전직 국가대표 선수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