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만 600만명인데… ‘개미 픽’ 주가는 1년 내내 폭락

입력 2022-08-22 00:27

소액주주 수백만명을 거느리며 ‘국민주’로서 기대를 모아온 코스피 종목들의 주가가 올해 들어 지지부진하고 있다. 삼성전자 카카오 현대차 등 백만명 이상 소액주주 보유 종목은 각각 수십퍼센트씩 주가가 내리며 ‘물린’ 개미들의 원성이 커지는 형국이다. 증시가 최근 반등세에 있지만 아직 뚜렷한 회복 여부는 불투명하고 기업공개(IPO) 시장도 예전과 같은 인기는 끌지 못하는 등 증시 전반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반기 말 기준 코스피 주요 종목 중 소액주주를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은 삼성전자(592만명)로 나타났다. 카카오(204만명) 현대차(106만명) 등이 100만명 이상 소액주주 보유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네이버(97만명) SK하이닉스(95만명) 대한항공(88만명) 등도 소액주주가 100만명에 육박했다.

반면 ‘개미 픽’으로 선택받은 이들 종목의 주가는 시원치 않은 모양새다. 네이버의 경우 연초부터 지난 19일까지 37만8500원에서 24만8000원으로 34.5% 폭락했다. 삼성전자(-22.2%) 카카오(-31.8) SK하이닉스(-26.4%) 등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7월 초 2200선까지 밀렸던 코스피가 최근 2500선을 회복하는 등 다소 반등세지만 확실한 회복세가 보이진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달 6일과 비교했을 때 지난 19일 기준 코스피 상장종목 937개 가운데 221개(23.6%)의 주가가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시장에서도 1565개 종목 중 308개(19.7%) 종목의 주가가 내렸다.

코스피는 소폭이나마 오르고 있지만 개별 기업 중 적지 않은 곳들은 ‘실적 쇼크’에 직면하며 목표주가가 하락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목표주가 제시한 상장사 282곳 가운데 203곳(72%)의 목표주가가 6월 말 대비 하향조정 됐다. 목표주가가 상향조정된 곳은 68곳(24.1%)에 불과했다.

청약에 성공하기만 하면 ‘수익 보증수표’로 통하던 IPO시장도 냉랭한 분위기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IPO 종목에 ‘대어’ 타이틀이 붙으면 ‘따상’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 최대 차량공유플랫폼업체 쏘카조차 14.4대1이라는 처참한 일반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멀어지는 모양새다. 마켓컬리 케이뱅크 등 하반기 IPO가 계획됐던 기업들도 시장 눈치보기에 나서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현대오일뱅크 등 기업들은 시장이 냉각되자 아예 상장 계획을 백지화했다.

상황이 이렇자 지친 개미들은 지속적으로 증시를 떠나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200조원에 달했던 증시주변자금은 지난 11일 기준 167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8개월 만에 33조원이 증시에서 빠져나간 것이다. 증시주변자금은 투자자예탁금, 파생상품거래 예수금, 신용거래융자 잔고 등을 합친 수치로, 투자를 위한 대기성 자금 성격을 지닌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르면 다음 해부터 미국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시장의 기대와 달리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 완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파적 스탠스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2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기준금리 0.25% 포인트 인상할 것이 확실시되는데, 이럴 경우 한미 간 금리 역전과 고환율에 의한 시장 침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