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선물 시장에서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 명절 상차림이 간소화하면서 손이 많이 가는 굴비와 갈비는 랍스터, 구이용 한우에 대표 명절선물 자리를 내줬다. 샤인머스캣과 애플망고는 이른 추석으로 공급이 불안정한 사과, 배를 대신해 상점의 매대 전면을 차지하고 있다.
22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추석 선물세트 예약 판매기간(이달 1~20일)에 새우와 랍스터의 매출 신장률(45.1%)이 대표적 명절선물인 굴비(37.8%)를 뛰어넘었다. 구이용 한우의 매출 신장률(51.7%)은 전통적인 한우 선물로 인기를 끌어온 한우 찜갈비(17.3%)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추석 선물세트 판매기간에 전체 한우 판매에서 구이용 비중은 처음으로 40%를 돌파할 전망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작은 명절’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으면서 명절 식탁도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명절 때 대규모 가족모임을 하는 대신 여행이나 홈파티를 하면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선물세트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다 입맛이 달라진 세대가 30~40대로 접어들면서 명절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음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새로운 명절 식문화를 만든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외식 대신 집밥을 즐기는 수요가 늘어난 점도 변화를 부추긴다.
사과와 배는 대표 명절선물에서 밀려나고 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같은 기간 샤인머스캣·애플망고의 신장률(76.3%)은 사과·배(29.1%)을 추월했다. 연도별로도 전체 과일 매출에서 애플망고·샤인머스캣 비중이 매년 배로 늘면서 지난해 40%를 기록했다. 올해는 절반을 넘어설 전망이다.
유통업체들도 애플망고, 샤인머스캣, 멜론 등의 이색 과일 비중을 대폭 늘리고 있다. 8년 만에 가장 이른 추석으로 햇과일 공급이 늦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추석에 30% 비중을 차지했던 이색 과일 선물세트를 올해 추석엔 50%까지 확대했다. 현대백화점도 전체 과일세트 72종 가운데 40종을 이색 과일 선물세트로 준비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