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는 대부업체냐”… 입주 예정자들, 지원 대책 반발

입력 2022-08-21 12:37 수정 2022-08-21 13:21

‘철거는 더디고 찔끔 지원대책은 꼼수...’

지난 1월 붕괴사고가 발생해 6명이 숨진 광주 화정아이파크 철거작업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다. 여기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입주 예정자 지원대책은 겉돌아 반발을 사고 있다.

21일 광주 서구에 따르면 지난 6월 시공사 현대산업개발(현산)이 입주 예정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화정아이파크 1·2단지 전면 철거와 재시공을 결정한 이후 상층부가 무너진 난 201동을 시작으로 철거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현산은 향후 5년 10개월(70개월) 동안 사고가 발생한 201동과 같은 공법을 사용한 2개 단지 8개 동을 철거하고 처음부터 신축공사를 다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다이아몬드 비트를 장착한 쇠줄로 단면을 절단하는 공법(다이아몬드 와이어 소우)으로 201동 바닥과 벽체가 무너져 내린 26층 이상 벽체·기둥·잔해를 뜯어내거나 분쇄해 지상으로 옮기고 있다.

지금까지 38~23층 외벽과 바닥이 사라진 동쪽 5개 층과 남쪽 2개 층 기둥을 철거한 데 이어 다음 달 16일까지 ‘건물 안정화’ 작업을 마친 뒤 201동 하층부 본격 철거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이 “잔해 제거 때 비산먼지가 많이 날린다”는 민원을 제기하자 콘크리트 단면에 동그란 구멍을 여러 개 뚫는 방식(코어링)으로 불가피하게 공법을 변경했다.

코어링 공법의 경우 구멍 뚫는 면적이 좁아 물을 뿌리며 작업하면 먼지 발생량은 줄지만 기존 방식보다 작업 속도는 절반으로 떨어지는 게 단점이다.

이로 인해 상층부 철거를 통한 건물 안정화 작업은 예정보다 최소 한 달 반 이상 늦어진 10월 말에나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을 위한 안전계획서 제출 등 후속 절차도 그만큼 지연될 상황이다.

철거작업 못지않게 입주예정자 지원 대책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청천벽력의 붕괴사고로 오는 11월 30일로 예정한 새 아파트 이사를 6년 가까이 늦추게 된 847가구 입주자 금융지원은 이자 부담만 부당하게 떠넘긴다는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현산은 전용면적 84㎡(분양금 5억4500만원) 계약자 기준 전세자금 1억1000만원 무이자 대출과 중도금 2억2000만원을 먼저 상환해주는 1가구당 3억3000만원 가량의 주거 지원대책을 추진 중이다.

현산이 중도금을 갚아주는 대신 재시공이 끝나고 입주할 때 원금과 이자를 더해 상환받는 방안이지만 이자율이 6%로 높아 입주 예정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입주 예정자들은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는데 1억1000만원에 도대체 어떤 전세를 구할 수 있느냐”며 “현산의 일방적 잘못으로 입주가 늦어진 것도 억울한 데 이자까지 내라고 하는 것은 사채 대부업을 하겠다는 꼼수”라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들은 ”2019년 분양받은 아파트에 빨라야 2027년에나 이사하게 된 마당에 현산 측이 선심을 베푸는 것처럼 말장난이나 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오는 26일에는 현산 서울 용산사옥을 항의 방문해 현산의 업계 퇴출과 주거지원 대책 확대를 촉구하는 집단행동에 나선다.

현산 측은 “분양 계약상 입주 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과는 별개의 금융지원 대책“이라며 “최선의 방안을 마련한 만큼 설득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