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이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백색국가’(일본 정부의 수출관리 우대국) 복귀를 요구했지만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응하지 않았다고 일본 일간 산케이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박 장관이 지난 4일 캄보디아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백색국가’ 복귀를 요망하면서 반도체 재료 3개 품목의 한국 수출과 관련한 일본 정부의 엄격한 관리를 해제하도록 요구했다”며 “하야시 외무상은 징용공(제국주의 시절 강제노역 피해자) 문제와 별개 문제라고 거부하며 ‘현금화에 이르면 심각한 상황이 되므로 피해야 한다’고 재차 말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2019년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의 한국 수출을 규제했다. 또 같은 해 8월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 일본 정부는 제국주의 시절 한반도 강제노역 피해자 청구권 문제를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해결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산케이신문은 박 장관의 ‘백색국가’ 복귀 요구를 “징용공 소송 문제를 놓고 일본 측의 전향적인 태도를 끌어내 윤석열정부의 해결 방법에 대한 한국 내부의 이해를 얻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일본이 우려하는 주권 문제의 충돌 없이 채권자들이 보상을 받을 방안을 현재 깊이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을 놓고 일본 일간 아사히신문은 사설을 통해 “수출 규제 완화를 위한 (일본 정부의) 행동이 한·일 현안에 대한 윤석열정부의 조율을 뒷받침하는 긍정적 메시지로 한국 안에 전해질 수 있다. 수출규제 강화 조치 해제를 위한 절차를 시작하는 것이 어떻겠는가”라고 일본 정부에 제안하기도 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