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교통사고를 낸 80대가 “숨이 차 힘들다”며 음주측정을 응하는 시늉만 하다가 되레 경찰관에게 담배를 요구한 사건이 알려졌다. 그는 사고 당시 가슴 부위를 부딪쳐 호흡이 곤란한 상황이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에 “담배 하나만 줘 봐”라고 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법원의 철퇴를 맞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형사2단독 박진영 부장판사는 최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상과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A씨(80)에게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회봉사 80시간과 준법운전강의 40시간 수강 명령도 내렸다.
A씨는 지난해 7월 5일 오후 1시40분쯤 춘천에서 동승자 2명을 태운 모닝 승용차를 몰고 가다가 갑자기 급제동해 뒤따르던 트럭과 추돌하는 사고를 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소장에 따르면 당시 사고 발생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A씨 발음이 부정확하고 혈색이 붉으며 음주 감지기에 적색 표시가 뜨나 네 차례에 걸쳐 A씨에게 음주 측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A씨는 측정기 입구를 혀로 막고 입김을 부는 시늉만 냈다.
A씨는 “나는 잘 불고 있다” “숨이 차 힘들다”며 반복해서 측정을 회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A씨에게는 교통사로고 동승자와 트럭운전자에게 2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힌 혐의에 더해 음주측정거부죄까지 적용됐다.
A씨 측은 법정에서 “평소 폐 건강이 좋지 않았고, 사고 당시 운전대에 가슴 부위를 세게 부딪쳐 호흡이 곤란한 상태였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측정 도중 경찰관에게 ‘담배 하나만 줘 봐’라고 말한 점을 주목했다. 호흡 곤란과는 전혀 무관한 정황이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재판부는 A씨가 측정기에 숨을 불어넣는 시늉만 한 점, 경찰 출동 전 트럭 운전자에게도 담배를 요구하고 주변에 떨어져 있던 담배꽁초를 주워 핀 점 등을 근거로 A씨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죄질이 좋지 않고 음주운전으로 2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도 있으며, 음주측정거부 범행에 대해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