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살인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이은해(31)가 사망한 남편 윤모씨(사망 당시 39세)에 대해 주변 지인들에게 “애인대행 관계”라고 소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 2019년 6월 남편 윤씨의 사망을 확인했음에도 당시 시댁이자 유족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지법 제15형사부(부장판사 이규훈)는 9일 이씨와 공범 조현수(30)씨의 9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이씨의 중학교 후배인 A씨와 그의 직장동료 B씨가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2019년 6월 계곡 살인사건 당시 현장에는 이씨와 조씨를 포함해 모두 7명이 있었다. 증인으로 나온 이씨의 지인 2명은 윤모씨가 다이빙할 때 계곡 인근에 주차된 차량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고 했다.
A씨는 중학교 1학년 때 이씨를 처음 알게 된 사이다. A씨는 “이씨에게 윤씨는 손님이었다. 윤씨가 금전적 대가를 지원하면 만나서 같이 커피 마시는 ‘애인대행’ 관계라고 (과거 이씨에게서) 들었다”라고 했다.
그는 “이씨의 남편은 물을 무서워하는 것으로 보였다. 튜브에서 나오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을 정도”라며 “조씨와 다른 남성 일행은 수영을 잘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가 나기 전인) 오후 6시쯤 B씨와 차량에 가 있어 사고 장면은 목격하지 못했다”며 “다른 일행이 불러 계곡으로 내려갔더니 조씨가 수경을 쓰고 물속에 있었고, 이씨가 ‘오빠’ 하면서 소리를 지르며 울고 있더라”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씨가 사고 후 119 구급대원에게 ‘남편’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이씨와 윤씨가 부부 사이인지 처음 알았다”고 했다.
A씨는 ‘증인이 피해자 누나에게 (사고를) 알려줬느냐’는 검사의 물음에 “네”라고 답하면서 “제가 (이씨에게) 연락처를 물어봤다. 아무도 가족에게 연락을 안 하고 있었다. ‘남편이라면서 왜 연락 안 하지’라는 생각이 들어 의아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검사가 ‘(고인이 사망한 뒤) B씨와 따로 고인의 차량을 몰고 집으로 왔고 뒤따라온 이씨와 조씨가 차량을 가져갔죠’라고 묻자 “네”라고 답변했다. 검사가 “조씨가 B씨에게 ‘형, 다음에 또 봐요’라고 말한 걸 기억하느냐”고 묻자 A씨는 “사람이 죽었는데 다음에 또 보자고 하니까 황당했다”고 밝혔다.
B씨는 검사가 “조씨가 ‘형님, 남자라면 다이빙 한번 해야죠’라는 말을 피해자에게 했느냐”라고 묻자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 물에 들어가자는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고 답했다.
이씨는 이날 법정에 두툼한 분량의 종이들을 손에 들고 입장했다. 조씨도 노트를 법정에 나와 무표정한 얼굴로 증인신문을 지켜봤다.
이씨는 내연남인 조씨와 함께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24분쯤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수영할 줄 모르는 윤씨에게 4m 높이의 바위에서 3m 깊이의 계곡물로 구조장비 없이 뛰어들게 해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이씨와 조씨가 윤씨 명의로 든 생명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계획적인 범행을 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들은 앞서 2019년 2월과 5월에도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 물에 빠뜨려 윤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는다.
이씨와 조씨는 지난해 12월 14일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한 뒤 4개월 만인 지난 4월 경기 고양시 삼송역 인근 한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