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리면 불황이라던데’…경차 판매량 9년 만에 급반등

입력 2022-08-21 08:00

소비자들이 다시 경형자동차(경차)를 찾고 있다. 가속화하고 있는 카플레이션(자동차+인플레이션)에 신차 구입 대출 이자까지 치솟으면서 저렴한 차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9년 동안 내리막이던 경차 판매량도 올해 반등이 유력하다.

21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7월 경차 판매량은 7만8056대다. 1년 전 같은 기간(5만5250대)보다 29.2% 증가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촉발한 차량 생산 지연으로 다른 차급의 신차 판매는 크게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이룬 성과다. 올해 상반기 전체 신차 등록 대수는 70만5132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2% 감소했다. 현재 국내에서 경차로 분류되는 차종은 캐스퍼(현대자동차), 레이(기아), 모닝(기아), 스파크(한국GM), 트위지(르노코리아) 등 5종이다.

경차는 예전부터 경제가 좋지 않을수록 잘 팔렸다. 경차 시장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00년대 이후 경차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이 줄며 판매량도 감소하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다시 호황기를 맞았다. 매년 증가하던 경차 판매량은 2012년 20만2844대로 정점을 찍은 뒤 다시 하락세를 시작했다. 2014년(18만6702대)에 전년(18만2021대)보다 소폭 증가한 걸 제외하면 9년째 감소했다. 2020년엔 10만대 선마저 붕괴됐지만 올해 다시 연 10만대를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등으로 차량 가격이 전반적으로 인상한 것이 경차 판매량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가 가파르게 오른 점도 한몫했다. 고유가 추세도 경차 판매를 부추겼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6월 5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ℓ당 2138원을 찍어 올 초 1622원보다 516원이나 올랐다. 대표 경차인 캐스퍼와 레이의 연비는 ℓ당 12~14㎞ 수준이다. 중·대형 세단이 대부분 ℓ당 10㎞ 남짓 연비를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차이가 크다.

유지비가 저렴한 것도 경쟁력이다. 경차는 취득세가 차량 구입가의 4%로 일반 승용차(7%)보다 낮다. 유류비 지원 한도도 연간 최대 20만원에서 올해 30만원으로 늘어났다. 성능도 좋아졌다. 요즘은 신형 경차에 운전자 주행 보조 장비가 대부분 들어간다. 대부분 차량은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해 신차 출고까지 1년 이상 걸리지만 경차는 1~3개월 안에 인도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