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고발할거야, 손대지마”…권성동 “고발해” 파행

입력 2022-08-19 08:58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김영식 의원이 회의장을 나서며 정청래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청래: "의사진행을 방해하면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고발하겠습니다. 위원장석을 떠나주세요."
권성동: "정회하라니까."
정청래: "다시 말한다. 의사진행 방해할 시 선진화법에 따라 고발할 수 있다."
권성동: "고발해. 고발해."
정청래: "권성동 의원님도 제 몸에 손대지 마세요."
권성동: "고발하는 건 좋은데, 정회하라니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또 다시 파행을 빚었다.

18일 과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날 소위원회 구성과 2021년도 결산을 위한 전체회의를 열었다. 위원회 구성 27일 만에 여야가 참석한 첫 전체 회의였지만, 정청래 과방위원장의 회의 운영방식과 법안소위 구성 등을 놓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발해 집단 퇴장하면서 반쪽짜리 회의가 진행됐다.

국민의힘은 앞서도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정청래 위원장이 의사일정을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과방위 전체회의 불참 등으로 항의해 왔다. 반면 민주당은 적법 절차에 따라 운영 중인데 국민의힘이 일방적으로 회의에 불참해서 빚어진 일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날 회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정청래 위원장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으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간사 내정자인 박성중 의원은 “정 위원장은 ‘과방 열차는 늘 정시에 출발한다’면서 국민의힘이 과방위 운영을 지연시킨다고 국민을 호도했다”며 “그 열차는 자기들 마음대로 운행하는, 폭주하는 설국열차일 뿐이다. 열차를 정시 운행해야 하지만 양당 협의를 통해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은아 의원도 “더불어민주당이 말하는 것을 듣다 보면 민주당스러운 꼼수 소통이자 겉과 속이 다른 ‘수박 소통’”이라고 직격했다. ‘수박’은 이재명 의원 지지자들이 그를 반대하는 당내 인사들을 겨냥해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비유다.

이에 민주당 정필모 의원은 “수박 소통이라고 폄하·모욕한 것에 대해 여당은 사과하라”며 “그런 식으로 말하자면 여당은 양두구육식 소통을 하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양두구육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겨냥해 잇따라 사용한 사자성어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박성중 과방위 여당 간사 내정자 등 여당 의원들이 정청래 과방위원장에게 "독선적인 운영"이라며 항의한 뒤 퇴장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무소석 박완주 의원, 변재일 민주당 의원의 중재로 회의가 10여분간 정회 후 속개됐지만 양당 신경전은 계속 이어졌다.

정 위원장이 앞서 상정한 소위원회 구성에 대한 안건을 미리 준비했던 그대로 진행하려 하자 장내에서 소란이 벌어졌다. 박성중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마이크가 꺼진 상태에서 “의사진행발언 기회부터 먼저 줘야지” “이의 있다”면서 항의를 쏟아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다가가자 정 위원장은 “의사 진행을 방해하면 국회 선진화법에 의해 고발할 것”이라며 “위원장석을 떠나달라”고 했다. 이에 권 의원은 “정회하라니까”라며 불응했고, 정 위원장이 “다시 말한다. 의사진행 방해할 시 선진화법에 따라 고발할 수 있다”고 하자 권 의원이 “고발해. 고발해”라며 정 위원장의 팔을 막았다. 이에 정 위원장은 “권성동 의원님 제 몸에 손대지 마세요”라고 했고 권 의원은 이에 “고발하는 건 좋은데, 정회하라니까”라며 갈등을 빚었다.

정 위원장이 법안심사 소위원회 구성의 건을 상정, 의결에 들어가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집단 퇴장했다. 결국 조승래 민주당 의원을 제2 소위원장으로 선임하는 안을 비롯해 과학기술원자력법안심사소위 정보통신법안심사소위 등 4개 소위를 구성하는 안은 민주당 의원들만으로 가결됐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