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헌 80조 완전삭제”… 이재명 수긍에도 뒤집힌 ‘개딸’

입력 2022-08-19 06:02 수정 2022-08-19 06:43
16일 전북대에서 열린 '전북사랑 토크콘서트'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가 웃으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당직자의 기소 시 직무정지’를 골자로 하는 당헌 80조 1항 개정을 무산시키면서 유력 당권 주자인 이재명 의원의 주요 지지층 ‘개딸’(개혁의 딸)로부터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정작 이 의원은 비대위 결정에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일부 민주당 지지층은 ‘당헌 80조 완전삭제’ 청원에 화력을 집중하면서 내홍이 커지는 모양새다.

19일 새벽 5시30분 기준 민주당 당원 청원시스템에 따르면 ‘당헌 80조 완전 삭제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동의 인원은 4만3000명을 넘어섰다. 지난 17일 청원이 시작된 지 이틀 만에 동의율 86%를 기록했다. 청원 동의자가 5만명을 넘으면 당 지도부가 공식 답변해야 한다.

해당 청원의 작성자는 “지금은 비정상적인 검찰 공화국이다. 검찰의 기소는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기소 사례를 보면 얼마나 쉬운지 알 수 있다”며 “정치적 판단을 검찰에 맡길 수 없다. 당헌 80조는 완전 삭제해야 마땅하다”고 적었다.

민주당 당헌 80조 1항은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당 일부 강성 지지층 등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정치보복 수사’로 악용할 수 있으니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이는 당헌을 개정해야 한다는 당원 청원으로 이어졌다.

정작 논란의 당사자인 이 의원은 이미 “지도부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지난 17일 광주 KBS를 통해 방영된 광주·전남 토론회에서 당헌 80조 개정 문제에 대해 “(당헌 80조 내용이) 과하다고 생각했지만 통합이라는 측면에서 굳이 싸워가며 (개정을) 강행할 필요가 있겠나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측근인 박찬대 의원이 비대위 결정을 비판한 것을 두고도 이 의원은 “박 의원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당은 현재 지도부가 있고, 지도부가 나름의 결정을 했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후폭풍에 민주당 지도부는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전날 YTN 라디오에서 “절충안 자체에 크게 반발하는 의원들은 안 계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과반의 비대위원이 ‘지금 이것(당헌)을 손보면 민주당의 부정부패 척결 의지가 약화된 것으로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문제제기를 했다”며 비대위 결정의 취지를 설명했다.

앞서 민주당 비대위는 당헌 유지 결정을 내리면서도 구제 통로를 넓히는 ‘절충안’을 만들었다.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중앙당 윤리심판원의 의결을 거쳐 징계(당직 정지) 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는 기존의 당헌 80조 3항에서 ‘윤리심판원’ 부분을 ‘당무위원회’로 고치는 방안이었다. 윤리심판원은 독립적 기구이지만, 당무위는 당 대표가 의장으로 있는 정무적 기구다.

이 결정을 두고 국민의힘은 ‘꼼수’라고 평가 절하했다. 원내대표를 지낸 김기현 의원은 “이재명의 민주당, 역시 ‘꼼수대왕’의 기질을 유감없이 드러내며 사당화의 길로 질주하고 있다”며 “이 의원과 그의 친위 세력들은 ‘개딸’들의 위세만 믿고 대한민국의 정당한 법 집행을 ‘정치탄압’으로 몰아 이재명 사당화의 길을 열어버렸다”고 직격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비판적인 반응이 나왔다.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는 조응천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대표도 되기 전에 기소 안 된 분을 염두에 두고 미리 정지작업을 요란스럽게 했다”고 언급했다. 비대위가 의결한 당헌 개정안은 19일 당무위, 24일 중앙위원회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