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를 미루다가 입영 날짜가 다가오자 수년간 중단했던 여호와의 증인 종교활동을 재개한 경우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최근 비슷한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대법원 판단과는 엇갈린 결과다.
1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재판장 양경승)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모델 A씨(28)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9년 4월 한 차례 입영 통지에 불응해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도 같은 해 10월 재차 병무청의 입영 통지에 불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13년 병역 판정 검사에서 현역병 입영 대상자로 분류됐으나 대학 진학과 자격시험 준비, 국가고시, 질병 등을 이유로 입영을 연기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10대 때 처음 여호와의 증인으로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2017년 3월쯤부터 종교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후 첫 입영 통지서를 받은 2019년 4월 무렵 다시 종교 활동에 참석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병역 거부는 진정한 양심에 따른 것으로 보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와 검사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양심의 부존재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단은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여호와의 증인 활동에 성실히 참여했다거나 종교적 신념이 확고하게 형성됐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서 그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 볼 수 없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과거 여호와의 증인 침례를 받기는 했으나 2017∼2019년 신앙과 전혀 무관한 자신의 모델 활동을 이유로 종교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판단 근거를 들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마지막 입영 연기를 받은 무렵 또는 최초 입영 통지서를 받은 무렵에야 비로소 종교 활동을 재개한 구체적인 동기 등을 밝히지 않았고, 피고인이 제출한 자료들을 살펴봐도 수긍할 만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대법원이 비슷한 사건에서 내린 결론과는 정반대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3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9년 동안 여호와의 증인 신앙생활을 중단했다가 입영 통지서를 받을 무렵부터 종교 활동에 참여한 남성의 사건이었다.
이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2018년부터 회심해 성서 연구 및 정기 집회에 참석하며 종교 생활에 다시 집중했다”며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은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