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과 관련해 야권 인사들은 국민 요구에 대한 답은 빠진 채 자화자찬에 그쳤다며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내놨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국민 요구는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 그대로 (지지율도) 20% 선에서 박혀 있을 것”이라며 “실망스러웠다. 국민의 의견을 듣고 답변해야지 대통령은 지금까지 말씀 많이 했잖나”라고 비판했다.
박 전 원장은 “왜 국민, 국민, 국민 하면서 당신 말씀만 하나”라며 “기자회견이 ‘100일 대통령에게 듣는다’인데 대통령께서 국민을 중시하시면서 정작 국민의 소리는 듣지 않고 있다. 이번 기자회견이 지지율 반등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께서 소탈·호탕하신 분이기 때문에 취임 100일을 맞이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다. 앞으로 잘하겠다’는 정도의 대국민 사과와 과감한 인적 개편을 내놓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런데 이번 기자회견은 소득주도성장과 원전 폐기 자랑하다 끝났다”고 덧붙였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100일 만에 윤 대통령이 스스로 성을 쌓고 그 안에 갇힌 게 기자회견으로 드러났다”며 “100일 만에 무슨 성과를 내나. 온 국민이 걱정하는 내용에 대해선 응답 안 하시고 잘한 걸 쭉 열거했는데 당연히 구체성이 없다”고 혹평했다.
최 전 수석은 “사실 대통령의 내부총질 문자 다 아는데 ‘열심히 하느라 정치적인 발언에 대응한 적이 없다’고 대답하시니 거짓말 아닌가”라며 “드러난 상황에 대해선 (정치적) 얘기를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문제의 원인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한테 있다. 이 부분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태도·의지를 바꾸고 가다듬지 않으면 인적 쇄신 효과도 무망하다. 대통령이 바뀌고 대통령 내외가 쇄신해야 된다”며 김 여사의 제2부속실 신설 등을 주장했다.
앞서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윤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빈 수레만 요란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며 “지난 100일간의 성과와 소회를 담은 모두발언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낯부끄러운 자화자찬에 그쳤고, 정작 내용은 없었다”고 총평했다.
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열거한 성과에 공감할 국민도 별로 없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국민의 인적 쇄신, 국정 쇄신 요구에 ‘철저하게 다시 챙기고 검증하겠다’면서도 ‘정치적인 국면 전환, 지지율 반등 등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해서는 안 된다’고 강변했다. 여전히 국민의 진의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요구를 수용할 의사가 없는 것이 아닌지 의아하다”고 비판했다.
이동영 정의당 대변인도 “국민에 대한 진솔한 사과나 국정 기조 전환, 인적 쇄신에 대한 책임 있는 입장은 없고, 100일 동안 국정 성과를 홍보하는 아전인수와 자화자찬, 마이웨이 선언에 그친 기자회견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대변인은 “국정 지지도가 20%대로 추락하면서 시민들의 지지와 신뢰를 잃은 이유와 원인이 대통령 본인 스스로에게 있음에도 근본적 상황 인식과 쇄신 대책도 없이 ‘앞으로 잘하겠다’는 식의 태도는 대단히 곤란하다”면서 국정 기조 전환과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촉구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