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베일에 싸여 있던 비대위원 인선을 공개하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위기 상황을 관리하는 데 무난한 인사”라는 평가와 “당을 쇄신하고 대통령에게 쓴소리 할 중량감 있는 인사가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17일 “이번 비대위는 당 내홍 수습과 전당대회 준비라는 숙제를 떠안고 있다”며 “계파색이 옅은 인물들로 비대위를 꾸린 것은 잘한 일”이라고 호평했다. 한 초선 의원도 “현 상황을 수습하는 데 무난한 인사”라며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여러 고민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주 위원장이 호남과 청년 등 우리 당이 취약한 지역 및 계층 출신을 두루 안배하면서 당 지지율 반등도 노린 것 같다”고 평가했다.
비대위는 전날 엄태영·전주혜 의원과 정양석 전 의원, 주기환 전 대검찰청 검찰수사관, 최재민 강원도의원, 이소희 세종시의원 등을 비대위원으로 선정했다.
이번 인선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 중진 의원은 “비대위는 난국을 어떻게 헤쳐가겠다는 방향성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런데 비대위원 면면을 보면 그럴 역량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 위원장이 대통령실에도 할 말은 하겠다고 말했는데, 그러기엔 비대위원의 무게감이 떨어져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 4선 의원도 “비대위원들이 쇄신 작업 등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주기환 전 검찰수사관이 비대위에 합류한 것을 놓고 한 충남권 의원은 “당의 화합과 단결이 필요한 상황인데 ‘친윤 색깔’이 뻔히 드러나는 인물을 뽑았다”며 “이번 비대위에 부합하는 인선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한 초선 의원은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도 비대위에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주 위원장으로부터 당 사무총장직을 제안받은 박덕흠 의원은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 위원장은 18일 비대위 첫 회의를 열고 사무총장 등을 임명할 예정이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