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타는 편의점… 폭우에 매출 급상승한 제품은 ‘슬리퍼’

입력 2022-08-16 07:09
비오는 날 GS25 편의점을 방문한 시민이 PB브랜드인 '유어스 슬리퍼'를 구매하고 있다. GS리테일 제공

편의점은 날씨를 탄다. 소비자가 가까이에서 쉽게 찾는 공간이다 보니 편의점의 구매 흐름은 날씨 변화를 즉각 반영한다. 폭우가 강타했던 지난 8~11일 중부지방 편의점에서 판매가 급상승한 제품은 무엇일까. 날씨를 실감하게 하는 편의점 매출 실적으로 흐름을 살펴봤다.

16일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8~11일 서울·경기·인천 등 중부권 편의점의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슬리퍼(689%)와 수건(514%) 매출이 가장 많이 올랐다. 같은 기간 우산(368%)과 우의(247%)의 매출 증가율보다 약 2~3배 높았다. 집중호우로 젖은 신발을 대체하거나 몸을 닦기 위해 슬리퍼와 수건 구매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휴대전화 방수팩(501%)도 두드러졌다. 물놀이 여행객을 위해 준비한 상품이 폭우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였다. 정전 등에 대비하는 양초(404%), 보조 배터리(171%) 매출도 크게 뛰었다.

먹을거리 매출에서도 날씨의 ‘입김’은 보인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에서 지난 8~13일 매출을 분석했더니 밀가루, 부침가루 등의 가루류 매출이 전주 대비 120.7% 상승했다. ‘비오는 날에는 부침개’라는 속설이 재확인됐다.

식품 매출도 크게 늘었다. 폭우로 생활반경이 좁아지면서 가까운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CU에서는 도시락(27.2%), 김밥(23.4%) 등의 간편식품 매출이 많이 올랐다. 사무실이 몰려 있는 지역의 편의점에서는 점심시간에 ‘도시락 품절’이 빚어지기도 했다. 냉장간편식(20.9%), 국·탕·찌개류(19.3%), 냉동만두(19.2%) 매출도 덩달아 상승했다.

GS25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간편식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43.9% 늘었다. GS25 관계자는 “폭우로 배달 등도 원활하지 않자 집 근처 편의점에서 먹을거리를 사는 고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폭염이 닥친 남부지방에서는 얼음컵(왼쪽), 폭우가 내린 중부지방에서는 막걸리와 부침가루 등이 인기있음을 보여주는 모습. BGF리테일 제공

중부지방과 달리 ‘폭염’에 시달린 남부지방에선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CU에서는 컵얼음(28.8%), 아이스드링크(27.7%), 이온음료(25.5%), 생수(20.5%), 아이스크림(18.8%), 탄산음료(16.4%) 등이 두 자릿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주요 관광지 주변에 자리 잡은 편의점에서는 완구 매출이 98.5% 증가했다. 해변 지역에서는 폭죽, 튜브 같은 특화 상품 매출이 52.7%, 캠핑족이 많이 찾는 지역에선 냉장 밀키트 매출이 40.1% 올랐다. 야외활동 인구가 많아지면서 마스크(27.7%), 선크림(29.3%), 팔토시(30.9%) 등도 많이 팔렸다.

윤현수 BGF리테일 영업기획팀장은 “편의점은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 채널이다. 지역별 날씨 상황에 맞는 ‘맞춤형 상품’으로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