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은 날씨를 탄다. 소비자가 가까이에서 쉽게 찾는 공간이다 보니 편의점의 구매 흐름은 날씨 변화를 즉각 반영한다. 폭우가 강타했던 지난 8~11일 중부지방 편의점에서 판매가 급상승한 제품은 무엇일까. 날씨를 실감하게 하는 편의점 매출 실적으로 흐름을 살펴봤다.
16일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8~11일 서울·경기·인천 등 중부권 편의점의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슬리퍼(689%)와 수건(514%) 매출이 가장 많이 올랐다. 같은 기간 우산(368%)과 우의(247%)의 매출 증가율보다 약 2~3배 높았다. 집중호우로 젖은 신발을 대체하거나 몸을 닦기 위해 슬리퍼와 수건 구매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휴대전화 방수팩(501%)도 두드러졌다. 물놀이 여행객을 위해 준비한 상품이 폭우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였다. 정전 등에 대비하는 양초(404%), 보조 배터리(171%) 매출도 크게 뛰었다.
먹을거리 매출에서도 날씨의 ‘입김’은 보인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에서 지난 8~13일 매출을 분석했더니 밀가루, 부침가루 등의 가루류 매출이 전주 대비 120.7% 상승했다. ‘비오는 날에는 부침개’라는 속설이 재확인됐다.
식품 매출도 크게 늘었다. 폭우로 생활반경이 좁아지면서 가까운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CU에서는 도시락(27.2%), 김밥(23.4%) 등의 간편식품 매출이 많이 올랐다. 사무실이 몰려 있는 지역의 편의점에서는 점심시간에 ‘도시락 품절’이 빚어지기도 했다. 냉장간편식(20.9%), 국·탕·찌개류(19.3%), 냉동만두(19.2%) 매출도 덩달아 상승했다.
GS25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간편식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43.9% 늘었다. GS25 관계자는 “폭우로 배달 등도 원활하지 않자 집 근처 편의점에서 먹을거리를 사는 고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부지방과 달리 ‘폭염’에 시달린 남부지방에선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CU에서는 컵얼음(28.8%), 아이스드링크(27.7%), 이온음료(25.5%), 생수(20.5%), 아이스크림(18.8%), 탄산음료(16.4%) 등이 두 자릿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주요 관광지 주변에 자리 잡은 편의점에서는 완구 매출이 98.5% 증가했다. 해변 지역에서는 폭죽, 튜브 같은 특화 상품 매출이 52.7%, 캠핑족이 많이 찾는 지역에선 냉장 밀키트 매출이 40.1% 올랐다. 야외활동 인구가 많아지면서 마스크(27.7%), 선크림(29.3%), 팔토시(30.9%) 등도 많이 팔렸다.
윤현수 BGF리테일 영업기획팀장은 “편의점은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 채널이다. 지역별 날씨 상황에 맞는 ‘맞춤형 상품’으로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