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택배노동자 인권침해 심각…10명 중 4명 모욕 경험

입력 2022-08-14 10:43

광주지역 택배 노동자가 심각한 인권침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4명은 배송과정에서 욕설을 듣거나 신체적 폭행을 당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광주시가 ‘지역공공정책 플랫폼 광주로’에 의뢰해 택배 노동자 181명을 조사한 결과에서 드러났다.

지난 6월 설문·면접 방식을 병행해 진행한 조사에서 최근 1년 동안 고객으로부터 본인의 잘못과 무관하게 욕설 등 인간적 모욕을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38.3%에 달했다.

고유 업무인 배송과 무관하게 각종 제품의 설치 또는 집안일을 도와달라고 요구받는 경우도 16.1%로 조사됐다.

배송을 갔다가 고객에게 신체적 폭행을 당해본 택배 노동자가 7.6%나 됐다는 점은 인권침해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대부분 택배 노동자들은 실직 등을 우려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객으로부터 당한 모욕·폭행에 대해 43.2%는 ‘참고 계속 일한다’고 응답했다. 법적 제도를 통해 대응했다는 비율은 2.3%로 소수에 불과했다.

대부분 위탁계약을 맺은 노동자들이 택배회사로부터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도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품 손실 및 파손’ ‘무단결근’을 이유로 임금을 깎였다는 응답자가 26.3%로 4명 중 1명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택배 노동자들은 업무 강도보다 열악한 처우를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평상시 11시간에 달하고 명절 등 물량이 많을 때는 12시간을 훨씬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 19에 따른 배송물량 증가도 이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전보다 하루 평균 작업 물량이 25% 정도 늘었다.

이로 인해 10명 중 5명은 허리 통증 등 근골격계 질환 질병을 앓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런데도 시간이 부족해 병원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는 경우가 51.8%라고 응답했다. 병원치료비를 회사에서 부담한 비율은 2.4%밖에 되지 않았다.

배송 도중 점심 식사를 차량에서 해결하는 비율은 33.5%, 아예 먹지 않는다는 경우도 22.3%나 됐다. 빵과 우유 등으로 부실한 식사를 하거나 끼니를 거르는 택배 노동자들의 건강권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살인적 노동강도와 달리 임금 수준은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이들은 주 6일에 걸쳐 11시간 넘게 일하지만, 월평균 순소득은 평상시 240여만원, 성수기 기준 301만원으로 최저임금을 겨우 웃돌고 있다. 개인이 부담하는 위탁계약 택배 차량의 기름값 등을 제외한 금액이다.

설문에 참여한 택배 노동자 중 45.3%는 처우개선을 위한 시급한 과제로 배송 수수료(기본급) 인상과 위탁계약 때 갱신 청구권 보장 등 소득·고용보장을 꼽았다.

백경호 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 연구책임자는 “인권침해에 신음하는 택배 노동자들의 권익 증진을 위한 제도적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