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치료제 투약률 20% 못미쳐…“처방기관 확대”

입력 2022-08-12 15:35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처방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고령층 코로나19 치료제 투약률이 정부 독려에도 좀처럼 오르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60세 이상 확진자 5명 중 1명에도 채 쓰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처방 기관을 확대하는 한편 비교적 투약이 용이한 제품을 다음 달까지 추가로 들여온다는 방침이다.

12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인 화이자사의 팍스로비드와 머크사의 라게브리오는 국내 도입 이후 전날까지 총 38만706명분 사용됐다.

절대적 사용량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5~11일에만 4만1391명이 새로 복용했다. 전주엔 2만5732명, 2주 전엔 1만5694명에게 쓰였다.

다만 이는 착시에 가깝다. 그간 6차 유행이 확산하면서 치료제를 투약할 고위험군 확진자 자체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확진자 수 대비 투약률은 두 달 전과 비교해도 제자리 수준이다. 지난달 31일~이달 6일 60세 이상 확진자의 18.7%만 경구용 치료제를 처방받았다. 지난 6월 파악한 투약률이 18%였다. 고위험군 중증화·사망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투약을 적극 권장하는 정부 방침에도 정작 현장은 달라진 게 없는 셈이다.

정부는 접근성 부족을 한가지 원인으로 보고 처방 의료기관을 늘리고 있다. 진료과목과 관계없이 외래 처방 가능한 병원급 의료기관을 1000곳 넘게 확대했고, 담당 약국도 기존 1082개소의 두 배를 넘는 2175곳으로 늘렸다는 것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결국은 처방을 적극적으로 해줘야 하는 문젠데 별다른 방법이 없다”며 “접근성 확대 측면에선 처방을 적극적으로 하는 의료기관을 추려 그 근처 약국을 (전담으로) 지정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두 제품 중 월등히 많이 쓰이는 팍스로비드의 경우 병용 금기 약물이 23종이나 되는 것도 걸림돌로 꼽힌다. 관련해 정부는 일선 의료진이 제작에 참여하는 처방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다. 아울러 처방이 비교적 덜 까다로운 라게브리오도 다음 달까지 14만2000명분 추가 도입한다.

정반대 고민거리도 있다. 물량이 남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달리 대증치료에 활용되면서 지속적 공급난에 시달리는 감기약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이부프로펜 제제가 대표적으로 품귀를 빚고 있다. 실시간으로 감기약 수요·공급을 파악할 수 있는 신속대응시스템을 도입한 뒤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정부는 약가연동제 완화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사용량이 늘면 약값을 내리는 해당 제도에 손을 대 제약사들의 증산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부실운영 지적이 이어졌던 재택치료환자 원스톱 진료기관의 실태는 정부 차원에서 드러났다. 원스톱 진료기관 간판을 내건 9900곳 중 6500곳을 조사한 결과 개중 10%에서 진료와 처방까지 한 번에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다음 주부터 원스톱 진료기관이 현장에서 원활하게 운영이 되는지 지자체 합동 점검을 통해 살피겠다”고 말했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전주 같은 요일의 1.14배인 12만8714명으로 집계됐다. 위중증 환자는 400명대 중반으로 증가했다. 병상 가동률은 준중증 기준 나흘 만에 다시 60%대로 올라섰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