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곳곳에서 기록적인 폭우로 침수 피해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시가 올해 들어 수방 및 치수 예산을 900억원가량 줄인 사실이 재조명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이상기후로 인해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아지는 상황에서 대책이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9일 서울시 2022년 예산서를 보면 시가 올해 수방 및 치수 분야에 배정안 예산은 4202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5099억원에서 약 896억원(17.6%) 줄어든 규모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치수 및 하천관리가 1517억원에서 1088억원으로 429억원 감소했다. 하수시설 관리는 3581억원에서 3114억원으로 467억원 줄었다.
일반회계 세부항목으로는 노후수문 개량 및 빗물펌프장 시설 보강 등 수방대책 사업 예산이 208억원에서 176억원으로 32억원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빗물관리시설 확충은 31억원에서 19억원으로 12억원 줄었다. 하천복원 및 정비사업도 745억원에서 399억원으로 347억원 깎였다.
시는 지난달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며 안전등급 D등급 이하인 노후·불량 하수시설물 정비(567억원)에 배정했지만, 이번 폭우 피해를 막기에는 뒤늦은 조치였다.
시는 2010년 9월 광화문과 강남 등 도심 침수 피해와 2011년 7월 우면산 산사태를 겪은 이후 수방·치수 예산을 확대해왔다. 이에 따라 연초 예산서 기준으로 2012년 4317억원에서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2017년 처음으로 5000억원을 넘어섰다. 이후 2019년 6168억원까지 증가했다.
그러다 2020년 5341억원으로 대폭 삭감된 뒤 지난해 5189억원까지 줄었다. 올해는 5000억원 밑으로 크게 낮아졌다.
시는 그동안 진행돼 온 사업 상당 부분이 완료된 영향으로 예산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시 측은 “지난 10년간 투입한 예산이 3조6792억원으로, 총 45개 사업 중 40개 사업을 완료했다”면서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들은 마무리 단계에 있어 수방 관련 예산이 2020년부터 감소 추세에 있다”고 밝혔다.
이번 집중호우 피해의 경우 방재 시설 부족이라기 보다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갑자기 비가 쏟아진 만큼 부득이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시급한 방재시설 보강이나 유지에 들어가는 예산은 크게 줄지 않았다”며 “이번에 예상을 넘어서는 폭우가 발생해 피해를 막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